미국은 왜 안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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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엔고」1년이 되어간다. 그 동안 세계 경제엔 무슨 변화가 일어났을까.
그 답은 또 다른 질문으로 대신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미국은 왜 안될까』―.
1달러 2백4O엔(엔) 하던 일본화가 지금 1백55엔, 한때는 1백50엔까지 올랐다. 일본의 대미 수출상품 값은 40% 가까이 비싸진 셈이다. 거꾸로 미국의대일 수출상품 값은 그만큼 떨어졌다는 얘기도 된다.
당연히 미국의 수출은 늘어나고 일본의 수출은 줄어들어야 이치에 맞는다. 그것이 시장경제의 원리다.
그러나 현실은 그 반대였다. 수입은 늘고 수출이 줄 것이라고 하던 일본의 수출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무장흑자도「사상 최대규모」인 8백억 달러 이상을 전망하고 있다.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던 미국은「사상 최악의 무역적우」를 기록하고 있다.「엔고」에도 불구하고 올해 미국의 무역적우는 1천7백억 달러를 예상한다.
「엔고」는 작년 9월 G5 (미,영,불,독,일)회의에서 미국의 압력으로 이루어진 일인데 그 미국이 거두어갈 열매는 아무 것도 없다. 없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잃고 있다.
미국은 왜 안 되는가.
한마디로 미국 경제의「수입의존형」체질이 문제다.
군사, 우주, 항공 등 첨단 기술산업은 누가 뭐래도 여전히 미국이 국제 경쟁력에서 최첨단이다.
그러나 미국의 철강, 화학, 전기기기, 자동차 등 성숙산업은 다르다. 이들 제품의 국제경쟁력은 기술혁신의 제자리걸음, 노동코스트의 상승 등으로 뚝 떨어졌다. 기업들 자신이 눈앞의 수익솔에만 신경을 쓰고 미래투자를 하지 않았다.
기업들은 수익에만 급급해 1960년대 이후 생산 코스트가 싼 해외로 생산 거점을 옮겨 부품을 수입했다. 기술을 자국 아닌 외국에 축적하는 결과가 되었다.
요즘은 부품뿐 아니라 완제품까지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외국 기업은 완제품을 미국에 수출하는 마당에 당연히 판매망까지도 장악하려고 한다. 미국기업은 팔짱 끼고 구경하는 일 이외에 할 일이 없어졌다.
바로 그 부품 수출, 완제품 수출의 총 본산이 일본이다. 일본경제는 체질적으로 수출의존형이다. 그것은 자원 빈국인 탓도 있지만 그보다 종신 고용제와 같은 경영방식은 기업의 확장을 불가피하게 하고, 따라서 공급능력을 끊임없이 키워야 한다.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것은 국가의 목표이자 기업의 생명선이었다.「엔고」를 강요하고도 미국이 그 열매를 따먹지 못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문제는 세계경제에 주는 영향이다. 세계 경제의 리더 역을 일본이 대신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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