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 등 여건미비가 난제-「국민복지증진 종합대책」에 담긴 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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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에서 마련한 「국민복지증진 종합대책」은 성공여부는 별문제로 하고 한눈에 봐도 의욕적으로 짜여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내후년부터 당장 국민연금제를 실시하고 부분적이긴 하지만 최저임금을 보장하며, 89년부터는 전국민이 의료보험에 가입토록 하겠다니 그처럼 좋고 또 가능한 일을 왜 진작부터 차근차근 실행해오지 않았는가 하는 의문이 생길 정도다.
이번 복지대책을 성안한 정부와 여당은 80년대 후반의 경제발전단계와 국민경제능력을 생각할 때 이제는 성장의 과실을 균형있게 배분하는 사회복지제도의 도입이 필요한 시기라고 밝히고 있다.
70년대는 우리 경제가 크는데 보다 치중했고, 80년대 중반기까지는 경제 내외적 이러저러한 여건으로 우선 정책과제에서 처졌던 소득의 균배와 사회복지의 대폭 확충에 80년대 말 경제정책의 중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이번 복지정책의 도입은 80년대 후반기의 정치·사회적 갈등과 앞으로의 정치일정 등을 감안한 복합적 필요성에 따라 취해지는 것이기도 하다.
바로 그같은 도입배경 때문에 비록 지극히 당연하고 때늦은 것이면서도 이번 복지대책은 몇 가지 근본적인 문제점을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채 여러 가지 무리를 안고 시작되게 됐다.
우선 경제가 제대로 발전하려면 사회간접자본에도 균형있는 투자가 지속적으로 일어나야 하듯 복지가 복지다우려면 그에 따르는 갖가지 주변상황도 그 수준에 맞춰 일정수준에 올라 있어야할 것이다.
단적인 예로 88년부터 농어촌지역에 모두 의료보험을 실시한다지만 아직도 소득수준이 낮아 근근이 먹고사는 농어촌주민들로부터 매달 3천∼1만1천원씩의 보험료를 꼬박꼬박 받아낸다는 것부터가 쉽지 않을 뿐더러 보험료를 냈다하더라도 현재와 같은 농어촌의 의료시설·의료진·의료체계를 갖고는 충분한 의료혜택을 보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89년부터의 전국민 의보 실시는 무리를 해서라도 도입할 수 있지만 농어촌의 소득향상, 의료시설과 의료진의 확충 등은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다는 근본적인 난제가 가로놓여있는 것이다.
정부는 의보 확대를 위해 오는 91년에는 정부가 1천2백30억원의 보험료를 부담하고, 9백30억원의 조합관리운영비를 보조하며, 의료기반보강에 7백6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이 같은 재원을 어디서 끌어올 것 인가도 확정짓지 못했을 뿐 아니라 그 정도의 투자로 낙후된 농어촌의 의료기반을 일정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것은 어림없는 일이다.
또 의료보험조합이 계속 적자를 면치 못할 경우 오히려 의료의 질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은 이미 몇 개의 시범실시 지역에서 경험했던 일이다.
의료보험의 이같은 문제에 비하면 업종별·지역별 최저임금을 과연 「복지」라는 이름에 걸맞도록 어느 수준에서 결정하며 또 몇 년마다 다시 조정하느냐 하는 문제, 기업의 현실적인 부담능력은 어느 정도나 감안하느냐 하는 문제 등은 오히려 훨씬 손쉬운 문제들이다.
다음으로 문제가 되는 것이 경제정책상의 성장과 복지의 균형문제다.
정부가 최소한으로 줄여 잡은 복지대책의 총 투자규모는 정87∼91년간만 자그마치 14조3천3백억 원으로 올해 나라전체의 예산보다도 5천억원 정도 많은 규모다.
이중43%인 6조1천3백억원을 정부예산에서, 나머지 8조2천억원 정도를 의료보험료와 연금 갹출로 충당한다는 것이 정부의 계산이다.
계획대로 간다하더라도 6조원을 넘는 예산지출은 작은 규모가 아니며, 이는 필연적으로 물가·투자·성장 등 경제구석구석까지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앞으로도 계속 현재의 물가안정을 유지하며 연평균 7%이상의 성장을 약속하면서 이같은 복지대책을 짰다.
결국 「성장일변도」에서 「복지」로의 정책전환이 아니라 「성장」과 「복지」의 두 마리 토끼를 다잡겠다는 계획이다.
의욕은 좋지만 국민경제에 지워지는 짐은 그만큼 더 무거워지는 것이다.
또 하나 국민모두가 염두에 두어야할 것은 복지제도가 확충되는 만큼 그에 따른 국민부담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국민부담이란 말할 것도 없이 세금이다.
정부는 복지지출에 따른 재원 마련 등을 감안해서 현재18·8%인 조세부담률을 91년에 20·5%까지 끌어올리고, 특히 현재28·6%인 소득세 및 재산세 비중을 91년에-36·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복지제도가 확충되는 것만큼, 또 소득이 많을 수록 세금을 더 내야한다는 것은 당연한 논리다
그러나 단숨에 밀어붙이는 복지정책 때문에 부담이 무거워지는 국민들을 설득하기는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닐 것 같다. <김수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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