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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 늙으면 당뇨·고지혈증 찾아온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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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9호 24면

일러스트 강일구 ilgook@hanmail.net

경기도 안양에 사는 주부 이미영(66·가명)씨는 요즘 극심한 피로감에 시달린다. 움직이는 것도 예전 같지 않다. 친구들과 나란히 공원을 걸어도 자신만 뒤처지기 일쑤다. 집에서 300m 거리에 있는 마트도 혼자 걸어가기 힘들어 남편과 함께 차로 다닌다. 혹시 골다공증이 아닐까 우려해 병원을 찾아 검사했다. 그 결과 원인은 의외로 근육에 있었다.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임수 교수는 “나이가 들면 근육량이 줄고 근육의 기능이 떨어진다”며 “그 속도가 남들보다 빠를 때 ‘근감소증’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근육이 노년의 새로운 건강지표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65세 이상 성인의 20~25%가 근감소증인 것으로 파악된다. 그동안 근육의 노화를 추상적인 개념으로 이해했지만 최근 근감소증이 미국 질병분류코드에 정식으로 등재됐다. 하나의 질병으로 인정받으면서 뼈, 지방과 함께 근육이 새로운 건강 이슈로 떠올랐다. 근육은 우리 몸에서 에너지원을 만들고 태우는 공장 역할을 한다. 세포를 움직이게 해 신체 활동을 원활히 유지하도록 돕는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의 중요성은 점점 커진다. 근육량이 줄고 근력이 부족하면 쉽게 넘어진다. 통증까지 생기면 활동 범위가 줄거나 꼼짝 않고 누워있어야 한다. 이때 근육의 노화 속도는 점차 빨라진다.


남자는 20대에 근육량이 정점을 찍는다. 이후 해다마 1%씩 줄다 60~65세에 급격히 감소한다. 여자는 양상이 조금 다르다. 남자에 비해 전체 근육량이 적은 대신 폐경 전까지 비교적 잘 유지되는 게 특징이다. 그러나 폐경 후 여성호르몬 감소와 함께 근육량이 현격히 준다. 자연스러운 노화 과정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근육량 감소가 병적으로 진행되면 근감소증으로 봐야 한다. 특히 심장병이나 중풍 같은 질환이 있거나 골절·관절통으로 인해 운동 능력이 크게 떨어진 사람은 근육이 더 빨리 없어진다. 영양상태가 불량한 것도 원인이다. 65세 이상 노인 상당수는 치아가 빠지거나 부실해 음식을 꼭꼭 씹질 못한다. 침이 잘 분비되지 않고 식도의 운동 능력이 부족해 삼킴 장애를 겪을 수 있다. 이때 근육 생성을 돕는 영양소의 소화·흡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근감소증은 근육량, 근력(악력), 신체기능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진단한다. 평상시 버스 한 정거장을 스스로 걷지 못하거나 침대에서 일어설 때 손을 짚어야 한다면 근감소증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걷는 속도를 재보면 더 정확히 알 수 있다. 4m를 걷는데 4초 이상 걸린다면 근육의 노화가 많이 진행된 상태로 판단한다. 중앙대병원 재활의학과 김돈규 교수는 “근력이 떨어지면 보행속도와 신체활동이 감소한다. 결국 근육이 위축되고 근육의 질이 나빠져 근감소증으로 악화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근감소증이 대사질환을 유발하고 사망률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근육량과 근력이 떨어지면 기초대사량부터 줄기 시작한다. 근육이 빠져 팔다리는 가늘어지지만 복부에는 내장지방이 낀다. 전문가들은 근감소증에 비만까지 겹친 경우를 최악의 조합으로 본다. 근육이 혈당과 혈압, 콜레스테롤 대사 조절의 완충 역할을 하는데, 이 기능이 망가지기 때문이다. 실제 임수 교수팀이 65세 이상 한국인 565명을 대상으로 근감소증과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등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대사증후군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근감소증이면서 비만한 사람은 정상인에 비해 대사증후군을 동반할 가능성이 8배 이상 큰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경향은 근육량 감소가 뚜렷한 남자에게서 더 두드러졌다. 여자가 4.5배라면 남자는 12.2배였다.


사망률도 비슷하다. 65세 이상 한국인 556명을 6년간 추적관찰한 결과 근감소증 남자는 일반인보다 사망률이 6~8배 높게 나타났다. 임수 교수는 “근감소증은 노인의 질병 상태를 악화시키고 신체장애와 사망의 위험을 높인다”며 “아직 근감소증 치료제가 없어 평소 근육 관리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감소증을 예방하는 방법은 뭘까. 가장 중요한 건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미각·후각 기능의 저하로 입맛이 없어진다. 오래 씹어야 하고 향이 강한 고기에 대한 선호도가 낮다. 고기는 가장 손쉽게 얻을 수 있는 단백질 공급원이다. 소·돼지·닭·오리고기 등 종류에 상관없이 먹어도 괜찮다. 다만 살이 찐 사람이라면 닭가슴살처럼 되도록 지방이 덜 들어간 고기를 먹는 게 좋다.

단백질로 근육의 재료를 보충했다면 운동으로 근육의 덩치를 키워야 한다. 아령을 들고 같은 자리에서 반복해 운동하면 근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아령을 들다 자칫 다칠까 걱정된다면 고정식 자전거를 타는 것을 추천한다. 저항을 준 상태에서 자전거를 지속적으로 타면 허벅지가 탄탄해진다. 허벅지가 무릎과 수평이 될 때까지 앉았다 섰다 하는 스쿼트 자세도 근력운동으로 제격이다. 올바른 자세로 하루에 10번씩 3차례 이상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허벅지나 엉덩이처럼 대근육은 운동효과가 비교적 빨리 나타난다. 운동의 재미를 느껴 꾸준한 운동에 도움이 된다. 대근육 운동 후 상체근육을 함께 키울 수 있는 노젓기 운동을 하면 전신 근육을 단련하는 데 효과적이다.


관절염이 있을 때는 근력운동을 하는 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서울백병원 스포츠메디컬센터 하정구 교수는 “관절염 환자는 운동하는 도중에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며 “급성기일 때는 뛰고 비트는 운동보다 자전거·걷기·수영과 유연성 운동을 함께 해주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근력은 젊을 때부터 관리해야 한다. 근육량의 최대치를 높게 만들어 놓으면 나이가 들어도 여력이 많이 남기 때문이다. 비타민D도 근육량과 기능을 향상시키는 요소 중 하나다. 야외활동으로 햇빛을 자주 보면 근력 강화는 물론 뼈 건강을 지키는 일석이조 효과를 볼 수 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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