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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취향껏 제본할 수 있게 묶지 않은 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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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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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오브 픽션
김중혁 등 지음
스윙밴드, 무선본(188쪽)+
리브르 아 를리에(184쪽)
4만8000원

소설가 김중혁이 참가한 소설책이네, 짐작하다가 독특한 서지사항을 궁금해 하게 될 것 같다. 무선본은 실 없이(無線), 실로 꿰매지 않고 제본한 보급판. 용어가 생소한 ‘리브르 아 를리에’는 제본되지 않은 상태로 판매하는 책을 뜻한단다. 수제 제본 취향을 가진 독자가 구입해 직접 입맛에 맛게 제본해보라는 얘기다. 제본하지 않았으니 실은 책이 아니라 ‘종이 쪼가리’ 형태다. 무선본 네 쪽을 합친 것 같은 넓이의 전지(앞뒤로 인쇄돼 있으니 잘라서 제본할 경우 여기서 8쪽이 나온다)를 두 번씩 접은 쪼가리들로 이루어져 있다. 리브르 아 를리에 형태의 출간은 국내 처음, 손으로 예술 제본하는 고급 취향 애서가들이 생겨나 시장성이 있다는 게 출판사의 판단이다. 리브르 아 를리에가 필요 없는 대부분의 독자는 양장본(182쪽, 1만5000원)을 사보면 된다.

이런 모양새 안에 담긴 내용물도 마냥 파격적이다. 김중혁 외에 정유미는 애니메니터, 이정환은 일러스트레이터, 오영욱은 건축가, 글·그림을 합작해 ‘아날로그 보이’라는 단편을 내놓은 문지혁·지욱 형제는 각각 소설가·만화가다. 김중혁도 실은 만화를 잘 그린다. 이렇다 보니 5편이 실린 책은 소설책인지 그림책인지 헷갈릴 정도다. 이정환의 ‘여름방학에 마녀를 만났다’를 특히 정신없이 읽었다. 고삐 풀린 상상력이 작렬한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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