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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사업주 제공 교통수단 이용한 출퇴근 아니어도 업무상 재해 인정"

중앙일보

입력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 아닌 도보나 자전거, 자가용,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을 하다가 사고를 당하더라도 업무상 재해로 봐야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1호 다목에 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3(합헌) 대 6(위헌)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고 30일 밝혔다.

해당 조항은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출퇴근하다 발생한 사고만 업무상재해로 인정하고 있다.

헌재는 “도보나 자신 소유의 교통수단 또는 대중교통 등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산재보험 가입 근로자는 사업주가 제공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산재보험 가입 근로자와 같은 근로자인데도 출퇴근 중에 발생한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지 못하는 차별 취급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또 “사업장의 규모나 재정여건의 부족 또는 사업주의 일방적 의사나 개인 사정 등으로 출퇴근용 차량을 제공받지 못한 근로자는 비록 산재보험에 가입돼 있더라도 출퇴근 재해에 대해 보상받을 수 없다는 차별은 합리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헌재는 단순 위헌으로 선고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법의 공백을 우려해 2017년 12월31일을 시한으로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있을 때까지 계속 적용하라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김창종·서기석·조용호 재판관은 “사업주의 지배관리가 미치지 않는 통상의 출퇴근 중 발생한 재해를 업무상 재해의 범위에서 제외한 것은 산재보험의 목적과 성격, 업무상 재해의 법리에 비춰 볼 때 당연하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김 재판관 등은 “산재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불이익이 발생하더라도 불이익은 개별 사업장의 근로조건 및 복지수준 등의 차이에서 오는 불가피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전기기사인 A씨는 2011년 11월 자전거로 퇴근하다 넘어져 왼손이 버스 뒷바퀴에 깔려 손가락이 부러졌다.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며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재판을 받는 중 법원에 산재보상보험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직접 헌법소원을 냈다.

임장혁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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