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본사-전문의료진 20명의 공동조사로 벗긴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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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장수마을 장수노인들은 부지런하다. 일을 할 수밖에 없었던 젊은 시절의 오랜 습관 때문인지 근 1세기를 살아온 요즘도 좀처럼 일손을 놓지 않는다.
새벽5시, 어스름한 여명. 정사중할머니(90·전남고흥군두원면룡반리 금성부락)는 어김없이 잠자리에서 일어나 마을 앞 채전에서 잡초를 뽑거나 집 뒤 고개너머 고추밭에서 붉은 고추를 따오기도 한다.
『손주녀석들 모두 객지로 내보내고 고생하는 애비·에미 안쓰러워 그냥 있을 수 없잖은 기여』
아직도 기력이 정정한 정할머니는 잠시도 놀지 않는다. 아침식사가 끝나면 이웃 김씨할머니(85) 집 대청마루에서 동네할머니들과 함께 하루종일 시장에 내다팔「모시삼기」(모시실을 뽑는 작업)를 한다. 소일거리로 하는 일이지만 한달벌이는 1인당 2만원골. 자신의 용돈으로는 쓰고도 남는다고 했다.
장수노인들의 근면성은 어느 장수촌에서나 마찬가지.
조사대상 장수노인 중 35·9%는 아직도 손수 농사를 짓는 등 젊을 때나 거의 다름없는 힘드는 일을 하고있고,30·8%는 집안청소·손자보기·김매기 등 비교적 가벼운 육체활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노인들의 활동은 규칙적이다. 비록 하는 일의 성질은 다르다 하더라도 매일 비슷한 양의 일을 하고있다.
어릴적부터 일이 몸에 밴탓일까. 젊은 시절 많은 일을 한 노인일수록 『일손을 놓으면 몸이 쑤시고 아픈 것 같아 지금도 일을 한다』고 말했다.
대부분 농·어촌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힘든 농사일이나 어로작업을 해봤다.
이들 중 80%는 중노동을,12·5%는 보통으로 일을 했고, 별로 일을 하지 않았다는 노인은 7·5%에 불과했다.
장수노인들은 대부분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일하는 가운데 「보람과 만족감을 느낀다」는 노인이 75·8%나 되는데 비해 「불만스럽다」는 노인은 24·2%밖에 안된다.
채범석교수 (서울대 의대)는 『장수노인들의 왕성한 활동력이 바로 장수를 누리게 하는 비결』 이라고 지적했다.
다시말해 노인들의 끊임없는 노동활동은 운동부족현상을 막고, 늙어서도 스스로 일을 한다는 보람과 성취감을 갖게 함으로써 정신적 갈등이나 스트레스를 해소, 노령기 정신노동자들 가운데서 흔히 나타나는 고혈압·당뇨 등 각종 성인병 발명요인을 사전에 제거하게된다는 것이다.
장수마을 장수노인들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
이들 중 95%는 저녁8∼10시 사이 잠자리에 들었다가 아침4∼6시 사이 일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취침과 기상시간도 매일 일정(55%)하거나 대체로 일정(45%) 하다.
대부분 충분히 자고 숙면을 취한다. 하루에 잠자는 시간은 72·5%가 6∼9시간, 22·5%가 9시간 이상 잔다고 대답, 전체노인 중 95%가 사람의 적정수면시간(하루6∼8시간) 또는 그 이상을 자고있으며, 5%만 6시간이라고 밝혔다.
숙면도도 62·5%가 한번도 깨지 않고 푹 자는 것으로 나타났고, 가끔 불면증세가 온다는 노인이 36·5%로 만성불면증에 시달리는 노인은 1%에 불과했다.
염용태 교수(고려대 의대)는『장수노인들의 그같은 수면습관이 중요장수요인중의 하나』 라고 지적했다.
젊을 때 잠을 잘 자던 사람들도 늙으면 『잠이 잘 오지 않는다』거나『잠을 자주 깬다』며 불면증세를 호소하는 예가 흔히 있다.
노년기에 접어들면 노인성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늘어나 불면증에 걸리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이는 뇌가 노화됨에 따라 뇌의 무게가 50∼1백50g정도 수축돼 추리력·판단력·이해력 등 지적인 능력과 육체적인 활동능력이 함께 떨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러나 장수마을 노인들은 규칙적이고 지속적인 노동활동을 함으로써 긴 수면과 숙면을 유도, 불면증세를 좇아·항상 육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을 함께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염교수는 또 『규칙적인 수면과 식사·노동활동은 생체리듬을 가장 이상적으로 가동시켜 신진대사가 일정하게 이루어지도록 하고 이에따라 항상 활력에 넙치는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본사특별조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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