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6」개각과 정가표정|예상외 "대복"에 엇갈린 희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내각이 일괄사표를 낸 26일의 임시국무회의는 7분만에 종료.
이날 임시국무회의는 예정보다 1분 늦은 상오10시1분에 시작해 내각일괄사표 제출안건을 상정, 국무위원들은 각자의 책상 위에 미리 준비된 백지에 사표를 써 노신영 총리에게 제출.
노 총리는 회의시작 후 자신이 제의한 일괄사표안건에 대해 2분 여 동안 설명했으며 이에 대해 전 국무위원들은 아무 말 없이 사표를 써냈다는 것.
노 총리는 이어 국무위원들을 포함한 장관급 이상 24명이 낸 사표를 가지고 청와대로 올라갔다. 불참한 이기백 국방장관과 외유중인 이규효 건설장관은 따로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종합청사 19층 국무회의실에는 상오9시50분쯤 황인성 농수산·정관용 총무처·김성기 법무·손수익 교통부장관 순으로 도착, 회의실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옆 대기실에서 차를 들면서 최근 외유하고 돌아온 이자헌 체신 장관에게 외국소식을 묻는 등 곁으로는 담담한 표정들.
이어 10시5분전쯤 박동진 통일원·금진호 상공·손제석 문교 장관들이 대기실에 들르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바로 국무회의실로 들어갔으며 회의시작 1분전 이원홍 문공장관이 도착.
26일의 개각소문이 처음으로 흘러나온 것은 이날상오8시30분쯤 임시국무회의 소집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였다. 총리실 주변에는 이날 상오8시쯤 진원지를 알 수 없는 임시국무회의 소집 설이 퍼졌으나 총무처담당국장인 총무국장은『오늘 사표를 낸답니까』라고 딴전.
그러나 실은 노신영 국무총리가 삼청동 총리공판에서 상오7시30분 정관용 총무처장관의 자택으로 직접 전화를 걸어 국무회의소집을 지시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장관은 노 총리로부터 전화지시를 받은 후 김경제 총무국장에게 바로 전화를 걸어『각 부처에 상오10시 국무회의소집을 통보하라』고 지시해 김 국장이 상오8시30분쯤 임시 국무회의 소집을 각 부처로 통보.
노 총리는 당초 25일부터 26일까지 휴가를 하기로 하고 서울에 있으면서 운동 등으로 휴식을 취할 계획이었다.
임시국무회의가 끝나자 그 동안 관심의 초점이 되어 온 이원홍 문공장관은 국무회의실 입구에서 국무위원들에게 둘러 싸인채『그동안 수고가 많았다』는 악수세례를 받아 이 장관의 사표수리는 기정 사실화 된 분위기.
회의실을 나온 이 장관은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겸연쩍게 웃으며『기자실로 감시다』는 말만 되풀이. 이 장관은 또 사진기자들의 카메라플래시가 몰리자『그만 찍어』라며 웃어 보였으나 표정은 굳어 보였다.
기자실에 내려온 이원홍 문공부장관은『오늘 제34회 국무회의에서 노신영 국무 총리가「국정운영에 보다 높은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내각 일괄사표를 제출키로 하여 국무회의를 소집했다』고 했으며『이에 따라 전 국무위원이 일괄사표를 제출했다』고 밝히고『발표는 이상』이라며 1분만에 자리를 떴다.

<문공부>
이에 앞서 이 장관은 이날 상오8시30분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집무실에서 1시간동안 간부회의를 주재한 후 다시 김윤환 차관 등 일부간부만을 별도로 불러들여 업무관계를 지시.
주변에 따르면 그동안 장관실에 밀려 있던 결재 서류가 전부 처리돼 해당 간부들에게 되돌려짐으로써 이 장관이 이날 아침 마음의 준비를 끝낸 것 같더라고 귀 뜀.
이웅희 신임 문공장관은 입각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갑작스런 임명소식을 듣고 놀랐다』며『앞으로 균형 있는 공보행정·문화행정·종무 행정을 펼 수 있도록 성심 성의껏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외무부>
이날 상오9시에 열린 간부회의 도중에 임시국무회의 소집통보를 받은 외무부장관 비서 진들은 사태를 직감하고 상오10시와 11시에 예정 된 필리핀 및 자유중국 신임대사 접견을 취소하는 등 긴급한 움직임.
그러나 국무회의가 예상보다 일찍 끝나자 필리핀 대사접견을 다시 하기로 하고 연락.
이원경 전 장관은 개각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개인적으로는 홀가분한 기분』이라며『대과 없이 물러나는데 다 후임에 후덕한 외무부 출신이 오게 돼 아무런 걱정 없이 떠나게 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피럭.
한편 외무부 측은 상오11시30분쯤 최광수 신임장관에게 전문을 보냈는데 최 장관은 27일 밤늦게나 28일 상오 중에 귀국할 예정.
후임장관으로 최광수 주 유엔대사가 발표되자 외무부직원들은 무엇보다도 전문 외교관 출신이 대를 이은 사실에 안도하는 분위기. 한 관계자는『외무장관 후임으로는 언제나「넘버원」의 물망에 올랐던 분이었다』고 지적.

<내무부>
개각이 있을 경우 경질대상에 포함될 것이 거의 확실시됐던 내무부는 26일 긴급 각의 소식에 직원들이『올 것이 왔다』는 표정으로 후임을 놓고 정보를 교환하느라 술렁이는 모습들.
내무차관을 지낸 김종호 의원의 임명사실이 전해지자 직원들은『내무행정을 잘 아는 사람이 오게 돼 다행』이라며 안도.
정석모 전 장관은 이날 상오7시40분쯤 평소대로 출근해8시30분부터 정례 부서장회의를 마친 뒤 10시 국무회의에 참석했다가 염보현 서울 시장과 함께 10시10분쯤 사무실로 돌아와 차를 나누며 담소하는 등 담담한 표정.
비서 진들은『지상발령을 이미 여러 차례 받아 놀랄 것도 없지 않느냐』면서『이제 지역구 관리 등 국회의원으로서의 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돼 개인적으로는 퍽 홀가분하게 됐다』고 말하기도.

<노동부>
이날상오8시50분쯤 갑작스런 국무회의 소집연락을 받고 조철권 장관이 청사를 떠나자 직원들은 개각이 있기 때문이 아니 냐며 개각 폭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관심은 주로 지난 7월말 노무사 시험 출제미스로 물의를 빚자 조 장관이 사표를 제출했던 것과 관련, 이번 개각에 이것이 변수로 작용할 것 인지의 여부에 모아졌다.

<교통부>
손수익 장관의 경질소식이 전해지자 교통부직원들은 한결같이 의외라는 듯 놀라는 표정.
이날 상오 임시국무회의소식이 전해졌을 때 만해도 직원들은 한결같이『손 장관은 아시안게임을 치른 후에나 물러나지 않겠느냐』고 점쳤던 것.
손 장관도 이날 아침까지는 하오2시 서울 교통회관에서 있을「택시선진화 다짐대회」에서의 격려사를 챙기는 등 자신의 경질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체신부>
부내 직원들은 이자헌 장관이 민정당의 중책을 맡아 발탁될 경우 차관의 승진과 부내 고위직의 연쇄승진을 기대하기도 했으나 당직개편이 끝난 뒤는 유임 쪽으로 점쳐 왔던 것.
이 장관도 지난22일 해외출장에서 돌아온 뒤 평상시와 같이 업무처리를 하면서 전혀 내색을 않아 유임은 기정사실로 돼 오다 이대순 신임장관을 맞게 돼 직원들은 당황하는 표정들.

<상공부>
장관 경질소식이 전해진 상공부의 표정은 물러나는 금진호 장관이 2년10개월의 장수를 누린데다 최근 개각얘기가 나올 때마다 금 장관의 경질가능성이 거론됐기 때문인지『올 것이 왔구나』하는 분위기.
각 의를 마치고 10시50분쯤 청사로 돌아온 금 장관은 간부들에게『그만 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최근에 언짢은 소리도 안 하지 않더냐. 여러 차례 사의를 표했다』고 밝히고 『새로 오는 장관을 도와 열심히 일해 달라』고 당부.

<민정당>
개각발표가 있은 직후 내무장관으로 발탁된 김종호 장관과 이대순·나웅배 장관 등이 12시쯤 잇달아 당에 도착해 대표 위원 실로 노 대표를 예방하고 인사.
노 대표는 이들을 격려하고 함께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들었는데 당원들은『이렇게 당 출신들이 장관이 되니 당도 큰 힘을 갖게 됐다』고 자랑.
노 대표는 식사를 마친 후 대표위원 실에 돌아와 물러나는 정석모 내무장관 등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위로했고 특히 고교선배인 이원경 외무장관에게는 각별한 인사.
하오3시쯤부터 정 내무를 비롯한 퇴임 장관들이 당에 들러 희비가 교차.
김 신임 내무장관은『과거 내무부에서 일했을 당시에 내세운「국민을 하늘과 같이 알고, 하늘과 같이 무서워하고, 하늘과 같이 모시는 마음으로 일한다」는 신조에는 변함이 없다』 면서 위민선정을 목표로 일하겠다고 다짐.
이대순 신임 체신부장관은『국민생활과 밀접한 편익시설의 운영을 맡은 만큼 봉사행정을 바탕으로 일을 처리해 나가겠다』고 포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