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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이번엔 표적항암제 기술, 1조원에 수출계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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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한미약품이 개발 중인 항암신약을 미국 제넨텍에 1조원을 받고 수출한다. 세계 3위(전문의약품 매출 기준) 바이오 기업인 로슈에 2009년 인수된 제넨텍은 세계 최초로 유방암 치료용 바이오신약 ‘허셉틴’을 개발하는 등 가장 혁신적인 바이오기업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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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은 자체 개발 중인 표적 항암신약 후보물질 ‘HM95573’을 제넨텍에 기술이전하는 내용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29일 발표했다. 계약에 따라 한미약품은 한국에서, 제넨텍은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HM95573의 개발과 상업화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나누어 갖기로 했다.

미국 바이오기업 제넨텍과 체결
상업화 성공 땐 두자릿수 로열티
작년 6건 수출, 계약규모 8조원대

이번 계약의 계약금으로 한미약품은 제넨텍으로부터 8000만 달러(880억원)를 받고, 향후 글로벌 임상 개발과 허가·상업화 등에 성공할 경우 마일스톤(단계별 기술수출료)으로 8억3000만 달러(9100억원)을 받기로 했다. 계약규모가 총 1조원에 이른다. 상업화에 성공할 경우 판매에 따른 두 자리수 로열티도 받기로 했다.

한미약품의 이관순 사장은 “항암제 분야에서 축적된 역량을 보유한 제넨텍과 협력해 기쁘다”며 “HM95573으로 전세계 암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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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기

한미약품이 개발 중인 HM95573은 다양한 종류의 고형암에 대한 표적 치료제로 개발 중인 합성화학물질이다. 한미약품 임성기 회장이 지난 2010년 “업계 최고 수준의 R&D 비용을 투자해 신약 개발에 한미약품의 미래를 걸겠다”고 선언한 무렵 개발을 시작해 지난해 초부터 임상 1상에 돌입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지난해 기술수출 성과들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바이오 컨퍼런스와 학회를 통해 우리가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의 진행 상황을 알려왔고 가장 적절한 파트너로 제넨텍을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제넨텍은 40년 전 미국 샌프란시스코 남부에서 설립된 바이오기업으로 글로벌 바이오산업의 전설로 통한다. 허셉틴을 비롯해 리툭산·아바스틴 등 매년 8조~10조원씩 팔리는 블럭버스터 항체바이오 신약들을 개발했다.

지난해 매출만 20조원(173억 달러)이다. 제넨텍의 성공 이후 샌프란시스코 남부는 미국 바이오벤처 창업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제넨텍의 제임스 사브리 부사장은 “한미약품의 과학적 통찰력과 두 회사의 협력을 통해 혁신적인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약품의 이번 기술수출로 바이오산업에서 연구개발(R&D) 투자의 중요성이 다시 확인됐다. 한미약품은 2000년대 후반 신약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연구개발비가 2009년 820억원에서 2015년 1871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2014년까지만 해도 매출 1조원 미만인 상황에서 매출의 20% 가까이를 R&D에 쏟아 부었다.

이같은 집중적인 투자 결과 한미약품은 지난해에 사노피-아벤티스·얀센·베링거잉겔하임·일라이릴리 등에 항암신약과 당뇨병 치료제 세트인 ‘퀀텀 프로젝트’ 등을 기술수출했다. 지난해 기술수출 건의 계약규모만 8조원에 이른다. 기술수출한 건을 포함해 한미약품이 현재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은 20여 종이다.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성과 이후 국내 바이오제약 산업에도 R&D 투자 경쟁이 일어났다. 상장 제약사 76곳의 상반기 연구개발(R&D) 투자비는 7371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8.7% 증가했다. 이들 기업의 R&D 증가율은 매출 증가율(13.4%)보다 더 높았다.

한미약품의 이번 표적항암제 후보물질은 임상1상 이전 단계(전 임상)에서 보건복지부로부터 1년간 약 7억원의 연구개발비 지원을 받았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국가 지원과 민간 기업의 개발이 결실을 맺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국내 제약사의 신약 개발을 계속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박수련·서영지·조용탁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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