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보다 골칫거리 될 것" 40세 이상 남성 5명 중 1명은 COPD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국내 40세 이상 성인 10명 중 1명은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을 앓지만, 질환에 대한 낮은 인식 때문에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 결핵 및 호흡기 학회는 제 14회 폐의 날을 맞아 2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만성폐쇄성폐질환 조기 진단의 필요성과 인지 촉구를 위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 같이 밝혔다.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은 기관지와 폐 실질에 만성 염증이 생기는 병으로, 악화하면 폐포가 파괴되는 폐기종으로 발전해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질환다. 세계 사망률 3위를 기록하는 등 환자 수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이 날 강연자로 나선 카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이진국 교수(학회 정보위원)는 "흡연이 가장 큰 원인이다. 지금은 담배를 끊었다고 해도 과거에 하루 1갑씩 지난 10년 간 피웠다면 위험군에 속한다"고 경고했다.

이 날 학회 발표자료를 보면 국내 40세 이상 성인 COPD 유병률은 14.6%로 남성(23.4%)이 여성(7.9%)보다 3배 이상 높다. 특히, 70대 이상은 3명 중 1명(38.4%)이 COPD를 앓는 상황이다.

문제는 주요 증상이 기침, 가래, 호흡 곤란 등 일반적이라는 점. 노화로 인한 증상이라 생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건국대병원 의학전문대학원 유광하 교수(학회 부총무)는 "기침 호흡곤란 가래 등 COPD 증상이 있는 흡연자 502명을 대상으로 전화설문을 했더니 60.6%가 COPD가 의심되는데도 질환을 아는 사람은 0.4%에 불과했다는 연구가 있다"고 우려했다.

▲ 대한 결핵 및 호흡기 학회는 2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제 14회 폐의 날을 맞아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조기 진단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한 기자 간담회를 진행했다. 유광하 부총무(건국대병원 교수)가 COPD 유병률과 인지도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질병에 대한 무지는 치료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COPD 환자 3명 중 1명은 자신의 상태를 알고도 흡연을 지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단도 문제다. 유광하 교수는 "COPD는 진단을 위해 폐기능 검사를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 정도관리라고 해서 의사나 임상병리사가 주도해야 하는 전문적인 영역"이라며 "환자를 많이 접하지 않는 개인병원에는 진단에 빈틈이 생길 수 있다. 이 역할을 높이기 위해 폐기능 검사를 지원하고, 뒷받침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날 발표에서는 치료에 쓰이는 흡입용 기관지확장제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COPD는 '숨 길'인 기관지 질환이다. 피부에 연고를 바르고, 눈이 아플때 안약을 쓰는 것처럼 COPD 치료에는 먹는 약보다 흡입제 효과가 더 뛰어나다. 이진국 교수는 "흡입용 치료제는 경구용보다 적은 양으로도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고 부작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카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김영균 교수(학회 총무이사)는 "고령화와 대기오염 등으로 COPD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래에는 암보다 골칫거리 질병이 될 수 있다"면서 "국민들이 질환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폐기능 검사를 통한 조기 검진으로 질환을 적극 예방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대한 결핵 및 호흡기 학회는 10월 둘째주를 '폐의 날'로 지정, COPD의 인식 제고를 위한 대국민 캠페인을 실시할 예정이다. '건강한 숨, 행복한 날'을 주제로 다음달 5일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전문의 강연, 무료 폐기능 검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인기기사]

·유전 정보 분석하면 취약 질환 예측 가능 [2016/09/27] 
·"암보다 골칫거리 될 것" 40세 이상 남성 5명 중 1명은 COPD [2016/09/27] 
·당뇨병 약 안 듣던 환자, 인슐린펌프로 혈당 정상화 [2016/09/27] 
·면에도 살충제 잔여물 많아…새 옷도 세탁해서 입어야 [2016/09/27] 
·차병원그룹 차광렬 회장 국제연합생식의학회 초청 특별 강연 [2016/09/27]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위 기사는 중앙일보헬스미디어의 제휴기사로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중앙일보헬스미디어에 있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