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트럼프 거짓말 누가 많이 했나…미 언론 팩트체킹 결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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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해 상대방이 했던 말을 과장하거나 왜곡하는 일. TV토론에서 익숙한 장면이다. 미국 대통령 자리를 놓고 격돌한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의 26일(현지시간) 1차 TV토론에서도 어김없이 진위가 불분명한 말들이 오갔다.

워싱턴포스트(WP)·CNN·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언론들은 TV토론이 끝나자마자 두 후보의 발언에 대해 팩트체킹에 돌입했다.

◇TPP=아시아ㆍ태평양 국가 간 관세 철폐가 골자인 TPP는 통상질서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전 세계에 ‘뜨거운 감자’다. 트럼프는 “당신(클린턴)이 TPP를 골드 스탠더드(gold standardㆍ무역협정 표준)라고 부르지 않았느냐”며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면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를 승인할 것”이라고 공격했다. 클린턴은 “골드 스탠더드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 단호히 답했다.

그러나 클린턴의 답변은 거짓이다. 그는 2012년 국무장관 재임시절 “TPP가 골드 스탠더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TPP를 지지했던 클린턴은 부정적인 국내 여론을 의식해 대선 후보가 된 뒤 반대로 돌아섰다.

◇IS 격퇴ㆍ이라크 침공=경기 침체 논쟁은 미 부채 문제로 옮겨갔고 트럼프는 “클린턴이 국내 문제는 해결하지 않고 외부의 적과 싸우고 있다. 극단주의 이슬람국가(IS) 격퇴에 한평생을 바치고 있다”고 비아냥 거렸다. 트럼프의 발언은 과장됐다. IS는 2006년에서야 알카에다로부터 분리해 등장했다.

클린턴도 “트럼프가 2002년 이라크 침공에 찬성했다”고 맞불을 놨다. 트럼프는 “이라크 침공에 반대했다”고 수차례 말했다. WP와 CNN은 “트럼프가 이라크 침공 1년 뒤에도 반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며 ‘거짓’이라고 전했다. 반면 WSJ은 “트럼프가 어떤 입장을 취했는지 사실 애매모호하다”고 차이를 보였다.

◇러시아 해킹=클린턴은 “최근 미국 전국위원회(DNC) 해킹 배후에 러시아가 있으며 트럼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부탁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거짓이다. 트럼프는 “해킹 배후는 러시아일 수도 있고 중국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경찰의 강제 신체 수색권을 전국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트럼프의 주장에 “그건 위헌”이라고 사회자가 말하자 트럼프는 “당신이 틀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 한 연방지방법원은 2013년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클린턴과 트럼프는 토론 도중 “저 사람의 말을 팩트 체킹해야 한다”고 수차례 언급했다. 하지만 “둘 다 거짓말을 하거나 과장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평이 나왔다. 허핑턴포스트는 “트럼프는 총 16차례 거짓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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