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컴퓨터 낙후로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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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소련이 체제유지의 바탕인 철저한「정보통제」와 첨단기술의 수용으로 야기되는「정보의 자유유통」사이에서 고민에 빠져 있다.
최근 첨단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서구뿐 아니라 소련·동구 등에도 혁명적인 도전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구와 미국·일본이 현재와 같은 첨단컴퓨터 시대를 맞이할 수 있었던 바탕은 정보의 자유소통에 있다.
이점을 감안할 때 공산권의 폐쇄정책 지속은 동·서의 기술차이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 뻔하다.
서구의 기준에서 볼 때 동구의 통신기술은 상대적으로 초보단계로 그중 컴퓨터분야는 더욱 뒤떨어져 있다.
전략적으로 중요한 군비·우주·특수산업분야 등에서는 공산권도 컴퓨터기술이 상당하지만 민간인의 접근을 통제해 저변확대를 기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영국의 BBC방송·미국의 소리방송(VOA)·라디오 자유유럽 등 서구의 TV방송이 동독전체와 헝가리·체코의 일부지역에 방송을 전파했지만 소련의 방해전파로 극히 일부지역에 국한, 공산권의 체제까지 위협하지는 못하고 시청자들에게 자유에 대한 환상만 심어 주고 있다.
문제는 개인컴퓨터나 VCR·위성방송은 방해전파로 막을 수 없다는데 있다.
동구의 시민들은 개인컴퓨터나 VCR를 국영상점에서 합법적으로 살수도 있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해 서구에서 불법구매하기도 한다.
동독 인은 위험을 무릅쓰고 비디오 테이프를 구입, 거실을 이용해 돈을 받고 이웃에 서구의 영화나 위성프로그램을 보여준다.
체코의 프라하에서는『나는 비디오가 있어 늘 미국을 즐기면서 산다』라고 서구관광객에게 자랑하는 운전기사를 흔히 볼 수 있다.
폴란드 반체제 인사들은 컴퓨터를 이용, 지하신문을 보다 쉽게 만들고 있다.
근착 뉴스위크지는 소련 등 동구권의 컴퓨터·VCR·인공위성TV 실태가 생각보다 훨씬 뒤지고 있으며 서구각국은 이틈을 비집고 진출하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컴퓨터>
소련은 컴퓨터가 모든 현대화 계획과 미래기술의 토대가 된다는 사실을 잘 알지만 컴퓨터 화는 정보와 사상의 자유전달을 허용해 중앙집권적인 그들 체제에 위협이 된다고 인식, 컴퓨터를 군사분야에만 국한시키고 있다.
현재 서구에 10년 가량 뒤떨어진 이 분야는 개방을 안 하면 곧 20년 이상 뒤지게 될 것이라는데「고르바초프」의 고민이 있다.
미국의 컴퓨터 보유대수가 2천6백 만대인데 비해 소련은 겨우 10만대.
이같은 격차는 경제적인 이유도 물론 있지만 정치적인 이유가 더 크다.
소련은 정보통제정책을 고수하기 위해 복사기를 엄격히 관리하고 장거리 자동전화를 1982년부터 폐쇄하고 있는 실정이다.


70년대에 엘리트들 사이에 확산된 비디오의 열풍은 소련과 동구제국을 깜짝 놀라게 했다.
폴란드가 비디오분야에서는 선두주자로 현재 약 50만대 가량 보유하고 있는 실정.
동구전역에서 서구에서 제작된『람보』『아마데우스』등이 히트를 했는데 특히『아마데우스』는 감독「포르만」의 고국인 체코에서 대인기였다.
폴란드에서는 비디오를 반체제운동에 활용, 자유노조운동기간에 스탈린 시대 젊은 여인의 고문을 다룬 금지된 영화『심문』이 삽시간에 전국에 전파돼 보여졌다.
보도통제하의 동구에서는 정치보다 포르노를 선호, 정부는 정보통제가 힘들게 되고 시민은 바깥 서구세상을 동경하게 되었다.

<위성tv 방송>
「별들의 전쟁」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의 우주전쟁이다.
85년4월 미국이 시작한 이 위성방송은 접시안테나만 있으면 누구나 청취가 가능해 통제가 불가능하다.
언어가 다르다는 불편한 점이 있지만 영상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오스트리아 TV방송국의 동구 편집장인「렌드바이」씨는『소련의 KAL 007기 격추장면 등을 영상만 보더라도 사실전달은 같은 것이 아니냐』며 위성TV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 위성방송은 소련당국이 국민에게 적으로 포위돼 있다고 주입시켜 온 안보논리를 약화시켜 동서데탕트에 기여하게 될지도 모른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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