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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협의 여지는 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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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신민당과 국민당이 독자적인 개헌안을 국회에 낸데 이어 민정당의 개헌안 윤곽이 밝혀짐으로써 개헌정국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개헌안의 핵심인 권력구조에서 여-야의 방안은 완전히 상반되고 있어 쉽사리 타협의 전망이 보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행정수반이 대통령과 수상 어느 쪽이든 그 선출방법에서 직선·간선으로 나뉘어 날카로운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은 협상의 어려운 대목이다.
그러나 곰곰 따져 보면 두개의 안은 빙 탄 부상용으로 전혀 타협의 여지가 없다고만 볼 수는 없다.
우선 여-야의 개헌안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각기 타협을 염두에 두고 작성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권력배분에 있어 신민당은 대통령의 국가비상대권과 국회해산 권 및 대법원장 임명권 등을 삭제, 대통령을 현행 초 삼권분립 적인 국가원수의 지위에서 행정부 수상의 지위로 규정해 권한을 대폭 축소시켰으며 국무총리와 국무회의제도를 현행 헌법대로 존속시켜 대통령중심제지만 의원내각제적인 요소를 상당히 가미하고 있다.
반면 민정당 안은 대통령을 상징적인 국가원수로 국한하고 국군통수권·외교권·비상조치 권·계엄선포 권 등 국가중추권한과 국무위원임명권·법률안 제출권 등 모든 주요권한을 수상에게 주어 현재 대통령의 권한을 모두 수상이 행사하도록 한데 특징이 있다.
이 안 대로라면 수상의 임기는 최소한 2년이 보장되고 임기 중에는 행정부의 수장으로서 막강한 권한행사가 가능하다.
권한이란 측면에서 보면 민정당 쪽의 수상이나 신민당 안의 대통령이나 결정적인 차이점을 찾아내기 어렵다. 그것은 뒤집어 보면 의회의 역할과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진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회에서 국무총리가 불신임결의를 받을 경우 대통령이 국무총리는 물론, 전 국무위원을 해임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신민당 안은 정치의 중심으로 의회의 기능을 강화해 준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와 같은 고찰을 통해서 우리는 여-야의 개헌안이 대화여하에 따라서 어떤 합의점을 찾아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한 가닥 실마리를 발견하게 된다. 언필칭 민주화는 시대적인 과제며 대세라고들 한다. 당리당략에 집착하지 말고 이번에야말로 국민적 열망과 합의가 담긴 헌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도 여야정치인들의 말은 한결같다.
국회에서의 합의개헌의 성공은 궁극적으로 그와 같은 인식의 일치 위에서라야 가능할 것이다.
넘어야 할 산도 많고 건널 강도물론 많다. 설혹 개헌의 대강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진다 해도 선거구조정, 전국구 배분 등 국회의원 선거법 협상이란 난제가 또 가로막고 있다.
정치인들의 근본적인 이해가 걸린 선거법 협상은 어쩌면 보다 큰 합의를 송두리째 뒤엎을 수도 있는 폭발성을 지니고 있다.
만의 하나라도 어렵사리 마련된 국회「헌특」이란 협상테이블에서 아무런 결실을 얻지 못하고 만다면 다음에는 어떤 사태가 생길 것인가.
그런 불행한 사태를 사전에 막는 책무가 정치인들에게 있다는 사실을 가슴깊이 새겨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협상에 임하는 자세가 대국적이고 거시적이어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부정적인 요소에 집착하다 보면 협상의 성공은 기대할 수 없다.
우리가 여야의 개헌안을 통해 부정적인 요소보다 긍정적인 요소를 부각시키고 성급한 비관론보다 가냘프나마 낙관론을 한껏 부추기고 싶은 것은 그 때문이다. 협상에 임하는 정치인들의 자세가「민주화」란 대의에 충실하다면 협상의 성공도 기대해 봄직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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