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념관 외형만큼 내용도 알차게…|전시물·전시방법등 개선점을 알아보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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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본관 화재를 당한 독립기념관은 전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개관일자를 정하지 않고 여유있게 복구작업에 임하게 됐다. 각계에서는 이번 화재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전시물의 내용과 전시방법의 개선 ▲조경·휴식공간의 보완 ▲편의시설의 재배치등 운영계획을 전면보완해 완공된 독립기념관이 명실상부한 민족의 기념관이 되도록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전시물의 내용·전시방법에 대한 개선은 독립기념관이 영구적으로 우리 민족의 독립 의지와 번영을 기약하는 문화 공간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새로운 손질이 필요하다는 것이 각계의 의견이다.

<전시>
독립기념관은 6개 전시관에 국내·국외에서 수집·기증받은 자료·복제물등 9천5백여점을 전시하고 있다.
이중에는 하와이 국민회·도산유족·서재필박사 기념 사업회등 국외에서 보낸 것과 3·1독립운동선언서등 3·1운동 관계자료, 의병 관계자료, 오산리대첩등 독립군 관계자료, 안중근의사 유품등 의열사 관계자료, 임시정부자료등 중요한 것이 많다.

<전시전문가 필요>
이들 자료들은 전시전문가들에 의해 효율적이고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감동을 받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전시되어야 한다. 그러나 독립기념관측은 지난 6월부터 본격적인 전시를 하면서 전시·관리전문가(큐레이터)들의 전문적인 안목을 거의 받아들이지 못한 것으로 알러졌다.
유준상씨(미술평론가·독립기념관 건립자문위원)에 따르면 독립기념관의 전시는 전시자문위원을 위촉하여 전시에 자문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전시위원들은 각관의 성격에 따라 학군들이 중심이 되었고 이들은 전시물의 중요도·전시순서등에 대해서만 조언했다.
독립기념관의 전시물은 예술작품과 비교될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시의 효과를 살려,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더 큰 감동을 받게 하기 위해서는 전시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다. 전시물의 배치, 조명, 눈과 작품사이의 거리, 관람객의 동선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말한다.
독립기념관에는 30여명의 전시요원이 있으나 문화재 전시를 전공한 사람은 없다. 국립중앙박물관·국립현대미술관등에 오랜 기간동안 전시 업무에 종사하며 이 방면의 전문가가 된 사람들이 있으나 이들조차 자체 개관준비업무에 바빠 독립기념관의 전시에는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
이에 따라 독립기념관의 전시진열장등은 실내장식업자들이 만들었고 또 이들이 전시업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전시물과 관람자들을 접근시키는 노력도 필요하다. 독립선언서나 이봉창의사의 유필등은 관람자들이 그 내용을 잘 볼 수 있게 전시하여야 한다.
교육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전시물을 보고 내용을 메모할 수 있도록 전시박스에 일정한 돌출부분을 두어 필기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도 세워야하며 전시장내에서 전시물을 오랫동안 볼 수 있도록 하는 의자가 놓인 공간도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 전시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전시내용>
전시물의 내용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제1전시관에는 3개의 대공간을 중심으로 하여 겨레의 터전과 뿌리, 민족의 발전 과정이 중점 전시되고 있다.
이 전시관에는 첫 대공간에 광개토대왕비가 실물 크기로 모형 제작돼 있고 무용총이 모형으로 배치되어 고구려의 웅대하고 아름다운 정치·문화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신라의 것으로는 석굴암의 내부를 본뜬 모형이 있다. 그런데 백제의 문화나 생활을 알려주는 구조물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이것은 중대한 결함으로 지적될 수 있다. 국내 최초로 발굴된 지석묘인 공주무령왕릉의 모형쯤은 있어야 된다는 여론이다.

<일제 고문상 미흡>
제4전시관(3·1운동실)에는 일제의 고문상을 폭로한 마네킹 전시가 있다. 이 마네킹 전시를 만들면서 기념관측은 잔혹한 고문 장면이 관람객들에게 충격을 준다고 하여 아래위를합판으로 가리고 가운데 일부만 가시공간으로 만들어 놓았다.
남미의 겅우 이러한 기념관에는 정복자들에 의한 고문상을 생생하게 재현시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것은 역사적 사실을 엄정하게 보여줌으로써 미래에 대한 경계로 삼으려 하는 의도다. 독립기념관에 전시물을 전시하면서 오늘의 한일 관계를 고려한다는 식의 발상은 위험한 것이다.

<조경·휴식공간>
독립기념관은 주차공원으로부터 추념의 강까지 1·7km에 달하는 넓은 공간을 가지고 있다. 주차장에서부터 기념관 본관 건물까지는 거대한 광장이다.
이 광장의 주변에 벤치등 휴식 공간이 적어 관람객들의 피로가 커질 것이 예상된다. 특 히 노약자·어린이의 경우 기념관을 둘러 보기에 힘겹다. 공사 기간이 짧은 이유도 있지만조경에도 허점이 많다. 거목 식수등으로 조경과 함께 휴식에도 도움이 되는 공간이 보다 많이 확보되어야 한다.

<식당등 외곽 이전|편의시설>
독립기념관의 엄숙한 분위기릍 지키기 위하여 식당등 시설은 전시실과 떨어진 곳이 좋다. 그런데 식당·매점이 전시관과 기념관에 에워싸인 1만평의 내정공원 한가운데 1천여평의 지하에 마련되었다. 이곳에 관람객이 집중될 경우 소음·소란등이 예상되고 그것은 전시관의 관람에도 지장이 있을 수 있다. <임재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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