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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이팝·돌배·소나무길…전국 가로수 다양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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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대전시는 대덕구 읍내동 사거리 주변을 비롯해 도심 8개 거리에 있는 은행나무를 이팝나무 등으로 바꿔 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열매가 떨어지면서 발생하는 악취를 없애기 위해서다. 대전시는 앞으로 5년간 은행나무 가로수 3만8282그루 가운데 암나무 2500그루를 다른 가로수로 교체할 예정이다. 최규관 대전시 환경녹지국장은 26일 “지역 특성에 맞게 심어 나무를 활용한 축제를 여는 방안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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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가 문수로에 심은 이팝나무. [사진 임현동 기자], [사진 수원시·울산시]

지방자치단체들이 도로변 가로수 수종을 다양화하고 있다. 은행나무처럼 악취로 인한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지역 특색에 맞는 나무를 심어 도시 미관을 좋게 만들기 위해서다.

대전 등 악취 심한 은행나무 교체
수원 서둔로엔 무궁화길 200m
전남은 설문 통해 후박·가시 추가

강원도 횡성군은 올 여름 횡성읍 시가지 1㎞ 구간의 가로수를 전면 교체했다. 기존의 산벚나무 를 베어낸 뒤 왕벚나무·산수유·주목·홍단풍 등을 새로 심었다. 가로수 교체를 위해 지난해 주민 을 대상으로 수종 변경 여론조사도 했다. 횡성군 도시행정과 박종철 녹지공원계장은 “산벚나무 가로수가 노령화된 데다 개화시기가 불일치하고 생육상태가 매우 불량해 교체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전남도는 주민 선호도를 반영해 가로수 수종을 정하려고 지난해 11월 인터넷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전남 지역 가로수 전체 177만여 그루 가운데 대다수가 왕벚나무·배롱나무·무궁화·은행나무 등으로 제한돼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어서다. 전남도는 설문 결과 등을 고려해 최근에는 후박나무·가시나무·황칠나무 등을 심고 있다.

앞서 경기도 부천시는 2013년 전체 가로수(3만3700여 그루)의 60%를 차지하던 은행나무와 버즘나무 , 느티나무를 지역과 주변 환경에 어울리는 수종으로 바꿨다. 목백합·메타세콰이어·감나무·이팝나무·왕벚나무·중국단풍 등이다. 미관과 기능을 두루 갖춘 품종들이다. 도심지역, 공장지역, 산림과 농경지가 많은 자연지역 등으로 나눠 지역 상황에 맞게 배치했다. 이 사업은 2020년까지 추진할 계획이다. 이성배 부천시 녹지과장은 “가로수는 대기정화, 소음감소 뿐 아니라 도시의 상징물로서의 기능도 뛰어나다”면서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처럼 나무의 모양이 빼어난 가로수길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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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을지로에 심은 소나무. [사진 임현동 기자], [사진 수원시·울산시]

서울 광진구 자양동 잠실대교 북단~구의동 구의사거리 1.5㎞ 구간에는 이팝나무가 늘어선 길이 있다. 지난해 4월 이전에는 양버즘나무(플라타너스)가 심어져 있었다. 조윤래 서울시 조경관리팀장은 “양버즘나무는 차량·오토바이 충돌 같은 충격으로 껍질이 벗겨지면 나무 밑동이 서서히 썩어 구멍이 생기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로 인해 강한 바람에 쉽게 부러질 수 있어 이팝나무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서울시청에 이르는 2.9㎞ 구간의 가로수는 은행나무나 느티나무 등이 아닌 소나무가 심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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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서둔로에 조성한 무궁화 거리. [사진 임현동 기자], [사진 수원시·울산시]

경기도 수원시 서둔동 서둔로 200m 구간에는 최근 ‘무궁화 가로수 거리’가 조성됐다. 올 봄부터 무궁화 5000여 그루를 심었다. 9월 현재 성인 남성의 무릎 높이 정도까지 자랐다. 경기도 심해용 공원녹지과장은 “기존의 가로수를 바꾸기 쉽지 않지만 도내 새롭게 조성되는 신도시를 중심으로 새로운 수종을 심는 것 같다”며 “지역 주민들도 다양한 종류의 나무를 원하고 있어 앞으로 가로수의 변화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수원·대전·울산=임명수·신진호·최은경 기자 서울=조한대 기자 lim.myoung@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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