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의 조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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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세계의 최장수국은 일본이다. 그 일본에서도 장수촌으로 소문난 곳은 오키나와의 나하 (나패)시다.
국제기준으로 80세 이상의 고령자가 지역인구의 1%이상인 곳을 장수촌이라고 한다.
바로 이 나하 시의 의사들이 최근 80세 이상 고령자들을 직접 방문해 진료를 했다.
그 결과는 다음 6가지로 집약되었다.
①장수가계의 혈통 ②8할은 여성으로, 모두 결혼해 자녀를 갖고 있으며 ③생활정도는 「중의 하」아니면「하의 상」④지병이 없고, 또 범이 있어도 예사로 알고 지내며 ⑤산과 바다에 이웃해 살고 ⑥먹는 것도 보통대로 감자, 야채, 두부, 돼지고기, 생선 등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장수촌은 군단위로 42개소나 된다. 역시 바다와 산간지역에 많다. 특히 남해안과 지리산주변이다. 자연 만한 명의도 없는 것 같다.
장수의 비결을 찾는 것은 인류발생과 함께 계속되어 온 소망이요, 꿈이다. 그러나 아직 이렇다 할 비결은 없다. 그 점에 관한 한 첨단기술문명도 무색하다.
그러나 비결 아닌 비결들은 많다. 기원전에 80수를 누린 석가는 초탈을 얘기했다. 일종의 정신건강법이다. 고희를 넘겨 산 공자는 정갈한 식사와 정결한 생활을 신조로 삼았다. 군자의 삼 계로 그는 청년기의 금욕, 장년기의 절제, 노년기의 무욕을 실천했다.
다산(정약용)은 누구보다도 많은 고초를 겪었다. 39세에 강진(전남)으로 유배되고, 47세에 고혈압으로 반신불수가 되었다. 그러나 74세까지 살았다. 비결이 있다면 학문에 몰두하는 집념과 의지. 『목민심서』나『경세유표』같은 명저는 노년의 저작이었다.
「B·프랭클린」의 자서전을 보면 평생의 좌우명이「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다. 「새 나라의 어린이」같은 생활을 84년이나 계속했다. 매일같이 부지런히 살았다는 얘기다. 물론 뭇 사람들이 성현이나 군자같이 살수는 없다. 그러나 이들의 생활신조는 하나같이 검소하고 평범한 것들이다. 돈이나 시간, 그리고 대단한 노력이 요구되는 것이 아니다.
요즘 우리나라 인구센서스에서 밝혀진 80세 이상 고령자들의 분포나 생활환경을 보아도 역시 마찬가지다. 바닷가나 산간지역에서 수수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장수자가 많았다.
물론의학의 덕도 보았겠지만 건강의 기본은 자연에서 얻고 있다.
자연과 벗하고 산다는 것이 곧 자연의 섭리 같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환경과 자연을 존중하는 도시건설은 사회복지의 실현이기도 하다.
▲고침=어제 분수대「제1공화국」중「노비로」는「하비로」의 잘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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