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표수집' 판사 취미 알아내 우표책 보낸 60대 벌금형

중앙일보

입력

형사 재판을 받던 60대가 담당 판사의 취미를 알아내 우표책을 선물했다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 12부(장세영 부장판사)는 26일 뇌물공여 및 농업협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61)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올해 3월 말 서울의 한 우체국에서 우표 605장이 든 우표책 4권과 100원짜리 구권화폐 1장, 자신이 쓴 책 1권 등을 인천지법 B판사에게 보낸 혐의로 기소됐다.

인천지역 한 축협의 상임이사였던 A씨는 지난해 9월 축협 임원 선거를 앞두고 축협 대의원 58명에게 158만원 상당(개당 2만7300원)의 선물세트를 보내 농업협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그는 자신의 사건 담당인 B판사 취미가 '우표수집'이라는 것을 알고 소포를 보냈다고 한다.

B판사는 소포를 보낸 A씨가 자신이 재판을 맡은 사건의 피고인이라는 것을 알고 A씨의 공판에서 소포를 뜯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법원은 "A씨의 행위는 구체적인 청탁과 결부되지 않았더라도 공정한 선거, 그리고 법원의 공정한 법집행에 관한 사회 일반의 신뢰를 훼손시킬 수 있는 범죄로 그 죄책이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다"면서도 "담당 판사가 내용물을 확인한 뒤 곧바로 고발함에 따라 A씨의 시도가 무위에 그쳤고, 이후 잘못된 행동을 후회하며 깊이 반성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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