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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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어떤 사회학자는 인물을 두가지모델로 나누었다. 하나는「농부」형, 또 하나는「선장」형.
「농부」형은 세상이 화평할 때 필요한 인물이다. 우순풍조라는 말도 있듯이 바람과 비가 알맞으면 곡식은 무럭무럭 자라고 세상 인심은 풍성하기만 하다.
「선장」형은 그렇지 않다. 옛날 베네치아(이탈리아 북부항구)의 상인들은 교역물자를 배에 싣고 대해를 건너가면 큰돈을 벌었다. 그러나 이들 상선은 평균4번 항해에 한번씩은 해적의 습격을 받았다.
그 어려운 항해를 이겨내려면 역시 선장이 특출해야 한다. 유능한 선장은 몇 가지 조건이 있다.
하나는 기상학에 조예가 깊어야 한다. 상황판단력이다. 둘째는 리더십이다. 해적의 습격을 받았을 때 선원들을 통솔해 과감히 대응해야 한다. 셋째는 협상능력이다. 상담을 하려면 정보 수집 력과 화술·교제 력 등 이 뛰어나야 한다.
한마디로「선장」형은 난세에 맞는 인물이다.
중국고전『삼국지(연의)』는 영웅호걸들의 인물 사다. 풍운을 가르는 그 많은 인물들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는 배우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학문을 닦는다는 얘기가 아니다. 귀로 듣고 눈으로 보아 널리 알아야 한다. 둘째는 우수한 인재를 모을 줄 안다. 그 주위엔 언제나 갖가지 지혜와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고루 배치되어 화음을 이룬다. 셋째는 운이다. 동양적인 사고지만 아무튼 운이 있는 사람은 따로 있다.
「닉슨」은 인기 속에서도 미국 대통령자리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불우한 정치인이었다. 그러나 그가 남긴 책들은 하나같이 명저다. 그중의 하나『지도자』란 책엔 이런 얘기가 있다.
『사람들을 설득하는데는 이성을 사용하고 움직이는데는 감정을 사용해야 한다. 지도자는 사람을 설득하고 움직일 수 있는 이성과 감정을 함께 갖고 있어야 한다.』
평범한 얘기지만 평범하게 들리지 않는데 그 말의 묘미가 있다.「닉슨」은 이런 충고도 잊지 않았다.『지도자는 올바른 일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못하며, 반드시 올바른 일을 행할 수 있는 능력도 갖고 있어야 한다.』
요즘 정계개편 설이 파다하다. 국민의 눈앞에 과연 어떤 인사들이 등장할지 궁금하다. 누가 거 명이 되는가 보다는 어떤 됨됨이의 인물이 등장할지가 더 궁금하다.
이 시국은 분명 우순풍조의 화평 시대는 아니다. 넘어야 할 산도 많고, 건너야 할 강도 한 둘이 아니다. 그 풍파를 원만하게 이겨내며, 국민의 마음도 가라앉히고 시국도 풀어 갈 인물이 나서야 할 때다. 어디 두고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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