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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케인 빠진 자리, 손샤인 골 폭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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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손흥민을 보고 가레스 베일이 떠오른 건 나 혼자 뿐인가?” 한 영국 축구팬이 25일 소셜 미디어에 올린 글이다.

손흥민, 미들즈브러전 2골 원맨쇼
3경기서 4골 1도움, 득점 4위 올라
발목 부상 케인 대신 해결사 활약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의 공격수 손흥민(24)은 이날 미들즈브러의 리버사이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들즈브러와의 경기에서 시즌 3, 4호골을 잇따라 터뜨리며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손흥민은 전반 7분 페널티 지역 안쪽을 파고들며 수비수를 제친뒤 왼발슛으로 선제골을 뽑아냈다. 전반 23분엔 일명 ‘손흥민 존(zone)’으로 불리는 페널티 지역 왼쪽 45도에서 벼락같은 오른발 터닝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손흥민은 지난 10일 스토크시티와의 4라운드에 이어 보름 만에 멀티골을 뽑아냈고, 토트넘은 2위(4승2무)로 올라섰다.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이 발표한 선수 랭킹에서 9위(37포인트)에 올라 지난 2006년 10월 공동 11위를 차지했던 설기현을 넘어 한국인 선수론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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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최근 리그 3경기에서 4골-1도움(득점 4위)을 올리는 눈부신 활약을 펼치자 유로스포츠는 축구팬들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을 모아 소개했다. "손흥민은 아시아의 리오넬 메시” “신이 토트넘을 구하려고 손흥민을 내려보내셨다” 등 찬사 일색이었다. 그 중 유로스포츠는 “베일이 손흥민의 옷을 입고 나온 것 같다”라는 글을 최고의 문구로 뽑았다.

2007년부터 6시즌 동안 손흥민의 현소속팀 토트넘에서 활약했던 가레스 베일(27·웨일스)은 2013년 이적료 1억 유로(1311억원)에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로 이적했다. 베일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인증한 드리블이 가장 빠른 선수다. 순간 최고속도가 시속 36.9㎞다. 토트넘 팬들은 이날 손흥민의 빠른 움직임과 골 결정력을 두고 “베일이 돌아온 것 같다”며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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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BBC는 손흥민의 활약상을 소개하며 그의 볼 터치맵(touchmap)을 소개했다. 손흥민의 볼터치를 나타내는 노란색 표시가 그라운드 왼쪽을 가득 메웠다. BBC는 “손흥민은 지난 시즌 해리 케인(23·잉글랜드)의 뒤에서 조연 역할을 했지만 최근 케인이 부상으로 이탈한 뒤 대역을 넘어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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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시즌 초반까지만해도 마음 고생이 심했다. 리우 올림픽에 출전한데다 소속팀 주전경쟁에서 밀려 개막 이후 3경기 연속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독일 볼프스부르크 이적설이 유력하게 퍼져나갔다. 하지만 손흥민은 이를 악물고 잉글랜드에서 다시 한 번 도전을 선택했다. 그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골폭풍을 몰아쳐 ‘허리케인(hurricane)’이라 불리는 해리 케인이 부상으로 빠진 사이 ‘손샤인(Son+shine)’ 손흥민이 빛나고 있다는 찬사를 받기에 이른 것이다. 지난 시즌 득점왕(25골)을 차지했던 케인은 18일 오른 발목을 다쳐 앞으로 6~8주간 뛰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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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최전방 공격수 케인의 동선이 손흥민과 겹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케인이 빠지면서 손흥민이 폭넓게 움직이면서 스스로 득점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장지현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최근 불거진 이적설에 따른 심리적인 부담을 떨쳐낸 것 같다. 토트넘에 남게 된 상황에서 ‘하고 싶은 대로 하자’는 마음이 실제 경기력에도 영향을 많이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케인이 빠진 두 달은 손흥민에겐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유럽 챔피언스리그를 비롯해 앞으로 맨체스터시티, 리버풀, 아스널과 빅매치가 이어진다. 이들과의 경기가 손흥민의 향후 경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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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용(左), 구자철(右)

한편 크리스탈팰리스의 미드필더 이청용(28)은 선덜랜드와의 경기에 후반 48분 교체출전해 자로 잰듯한 프리킥으로 결승골을 어시스트해 팀의 3-2 역전승을 이끌었다.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의 미드필더 구자철(27)은 다름슈타트와의 분데스리가 5라운드에서 후반 2분 정확한 크로스로 헤딩 결승골을 도우며 1-0 승리에 힘을 보탰다.

축구대표팀은 다음달 6일 카타르, 11일 이란과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3, 4차전을 치른다. 26일 대표팀 명단을 발표를 앞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모처럼 유럽파들의 맹활약 소식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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