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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월드랠리…현대, 폴크스바겐과 선두 다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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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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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먼지를 일으키며 빠르게 급커브를 탈출하는 ‘드리프트’는 WRC의 매력포인트다. 현대차 i20가 우승을 차지한 지난 4월 아르헨티나 랠리. [사진 현대차]

2014년 8월 월드랠리챔피언십(WRC) 독일 랠리에 출전한 현대차 모터스포츠팀 드라이버 티에리 누빌(28·벨기에)은 연습 주행에서 큰 사고를 당했다. 차량이 코스를 이탈하면서 포도밭으로 6바퀴나 굴러버린 것. 출전이 불투명한 상황이었지만 현대차 모터스포츠팀은 18시간 만에 차량을 기적적으로 정비하고 출전을 강행했다. 이 랠리에서 누빌은 현대차의 첫 우승을 이끌었다.

WRC 2년 노하우 담긴 i20 랠리카
올 우승 2번…남은 4경기로 챔프 결정
확보한 고급 기술 양산형 차에 적용

올 시즌 현대차의 성적은 더 눈부시다. 지난 4월 아르헨티나 랠리와 6월 이탈리아 랠리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7·8월 열린 핀란드 랠리와 독일 랠리에서는 두 차례 연속 2위와 3위를 휩쓸었다. 시즌 종합 성적은 2위. 선두 폴크스바겐을 맹추격하고 있다. 23~25일 열리는 프랑스 랠리 등 올 시즌 남은 4차례 대회 결과에 따라 시즌 종합챔피언에 오를 가능성도 충분하다.

엔진·서스펜션·변속기를 업그레이드한 신형 랠리카 i20가 돌풍의 주역이다. 현대는 2000년에도 WRC에 도전했지만 별 성과없이 2003년 철수했다. 2012년 WRC 복귀를 선언한 뒤에는 모터스포츠팀부터 만들었다.

장지하 현대차 모터스포츠팀 과장은 “2000년 초반엔 유럽 모터 스포츠팀의 이름만 빌려 출전한 반면 지금은 26개국에서 모인 200여 명이 팀을 이뤄 대회에 나선다. 나사를 조는 방법도 우리의 기술과 노하우가 된다”고 말했다.

WRC 경주의 데이터는 고스란히 신차 개발에 활용된다. 포뮬러1(F1)이 고속주행의 안정성을 테스트할 수 있는 모터스포츠라면, WRC는 양산차가 겪을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환경을 시험할 수 있어 완성차 업체로선 더욱 매력적인 시험장이다.

주행 과정에서 생기는 사고나 고장도 더 좋은 자동차를 개발하는 밑거름이 된다. 엔진 등 구동계 작동과 변속 과정 등 각종 주행성능 데이터는 자동차 제어용 컴퓨터인 ECU(Electronic Control Unit)와 데이터 로거(자동차 동작의 양적·시간적 변화를 기억하는 장치)를 통해 축적된다. 매 경기 수집된 데이터는 한국의 남양연구소로 전달돼 고성능 차량의 선행기술 개발을 위한 자료로 재활용된다.

2년 여의 WRC 참가를 통해 얻은 노하우와 데이터가 경주용 자동차에 적용된 것이 올해 선보인 신형 i20 WRC 랠리카다. 그리고 이를 양산형 자동차에 적용하는 첫 사례는 내년 선보이는 i30 N이다. ‘N’은 현대차의 첫 고성능 브랜드. 현대차의 글로벌 연구·개발(R&D) 센터가 있는 남양과 극한의 레이싱 코스이자 전세계 완성차 업체들의 주행성능 테스트가 이뤄지는 독일 뉘르부르크링의 영문 머리글자에서 따왔다.

현대차는 2014년 말 남양연구소에 고성능 개발센터를 설립하고 독일 BMW의 고성능 브랜드 ‘M’ 연구소장을 역임한 알버트 비어만 부사장을 영입했다. 그동안 양산차 개발과 WRC로 축적한 기술력에 비어만 부사장의 노하우를 더해 N 브랜드 첫 양산차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i30 N은 현대차의 대표적 해치백(뒷좌석과 트렁크 구분이 없는 자동차 형태) i30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비어만 부사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내년 해치백 모델을 기반으로 한 전륜구동 방식의 고성능 차를 출시할 예정이며 수동변속기 모델을 시작으로 자동변속기 모델, 사륜구동 옵션도 선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치백 형태 고성능 모델의 대표는 폴크스바겐 골프GTI·골프R, 포드 포커스 RS 등이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첫 N모델인만큼 경쟁자들에 뒤지지 않는 성능과 품질을 만족시킬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대차는 모터스포츠를 바탕으로 쌓아온 N브랜드의 기술력을 향후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에도 적용할 방침이다. 현재 준대형 세단 G80, 대형 세단 G90(내수명 EQ900)인 제네시스 라인업을 6개 모델로 확대하고 이중 일부는N브랜드로도 출시할 방침이다.

WRC

1973년 창설된 오프로드 자동차경주. 빙판길과 폭우가 쏟아지는 자갈길 등에서도 레이스를 펼쳐 ‘자동차 경주의 철인3종경기’라 불린다. 해마다 13~14개국에서 랠리를 벌인다.

이해준·이동현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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