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다시 전쟁나면 북한체제는 종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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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한국전쟁의 휴전협정 체결 50주년이 된다.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동족상잔의 전쟁은 협정 체결 50년이 흐른 후에도 종결 절차를 밟지 못하고 여전히 정지상태에 있다.

한반도 휴전체제는 냉전체제의 마지막 열전지대를 상징한다. 기막힌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민족의 간난신고(艱難辛苦)를 웅변하는 이 현상은 북한의 핵사태 조성으로 또 다른 전쟁의 위험성을 배태하며 계속되고 있다. 불안정한 휴전체제의 청산이야말로 이 시대 우리 민족의 최대 과제가 돼야 한다.

북한의 수없는 위반행위는 물론 정전체제 무력화 기도로 사실상 형해만 남은 휴전협정체제는 언제 터질지도 모르는 휴화산이나 다름없다. 북핵 사태는 여기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고 있다.

휴전체제가 하루 빨리 평화체제로 전환돼야 하는 절박한 까닭이다. 그래야 민족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판이 확보되고, 또 평화통일의 기반이 조성된다. 탈냉전 화해시대의 세계사에 진입하면서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 공동번영에 우리 민족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현상타파의 방법론이 문제다. 남북은 물론 이해당사국들이 휴전체제의 헛된 명분을 뛰어넘는 실질적이고 창의적인 평화모색 방안을 찾아야 한다. 북핵 사태가 위기이자 기회로 작용하는 배경이다. 남북한과 미.중은 북핵 해결이라는 차원을 뛰어넘어 북핵 처리와 휴전체제 정리를 연계하는 거대구상의 추진도 고려해봄직 하다.

정부는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를 한 후 이런 거대구상을 현실 정책으로 입안, 북한과 중국 등에 적극 설득해야 한다. 특히 평화체제의 구축을 위해 미국만 상대하려는 북한을 설득하기 위해서라면 특사의 파견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것도 불사해야 한다.

민족공조는 남북한 평화체제의 구축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북한은 직시해야 한다. 위기의 확대재생산은 안 된다. 핵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 다시 전쟁이 터진다면 북한체제는 종말이라는 미국 합참의장의 경고가 아니더라도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돼야 우리 민족이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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