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적 삶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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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8호 4 면

하수상한 시절입니다. 더위가 지나가니 지진입니다. 정치는 더 말할 나위 없습니다. 경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디를 둘러봐도 암울하고 답답하고 왠지 불안한 느낌. 이럴 땐 우선?나부터 잘하고 있는지 돌아볼 일입니다. 나는?과연 ‘잘’ 살고 있는가-.


이번 주 신간중에『궁극의 미니멀라이프』(즐거운상상)라는 작은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도쿄 근처 60년 된 일본식 가옥에 4인 가족이 살면서 한 달 평균 전기료 500엔(약 5500원)에 냉장고도, 세탁기도, 휴대전화도 없이?자연주의적 삶을 실천하고 있는 서른일곱 주부의 이야기였습니다.


올 여름 전기요금 폭탄을 맞은 현실에서 이건 또 무슨 소리지 싶었습니다. 세탁기는 그렇다 치고 냉장고 없이 살아갈 수 있나도 싶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있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던 것들을 없애보면 생활의 본질이 보인다”고. 그래서 제철 음식을?먹을 만큼만 사고 빨래와 설거지는 대야에 물을 받아 합니다. 해가 뜨면 일어나고 어두워지면 잠드는, 자연의 움직임에 맞춰 생활합니다. ‘그게 없으면 할 수 없다’라 생각하지 말고?‘있는 것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로 발상을?바꿔보라고 권하네요.


음, 좀 과격하게 보이지만, 한둘 정도는 실천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몸을 쓰는 즐거움, 환경보호에의 실천,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의 온전한 기쁨을 위해 사는 삶이야말로 요즘 가장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때문입니다.


정형모 문화에디터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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