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 통행료 올려야 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고속도로 휴일할증료가 폐지 된지 두 달 남짓한데 이번엔 고속도로 통행료를 곧 10% 인상할 모양이다.
고속도로 통행료 인상 설은 현재건설중인 중부고속도로 건설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주장과 함께 휴일 할증 제를 폐지할 때부터 나돌았다.
중부고속도로 건설에 내년에만도 자그마치 2천억 원이 소요되고 정부예산도 넉넉하지 못한 만큼 정부가 고속도로 통행료를 올려서라도 부족재원을 다소나마 메우겠다는 구상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공적요금은 인상요인이나 필요성이 있다고 해서 얼른 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타당성이나 합법성까지를 고루 갖추고 있어야 한다.
정부의 재정형편이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무턱대고 세율을 올리거나 새로운 세금을 함부로 신설할 수 없는 것과 똑같은 이치다.
현행 유료도로법 제9조를 보면 통행료 인상은 엄연히 법적인 테두리가 정해져 있다.
이에 따르면 통행료 책정의 기준은 유료도로의 통행으로 얻어지는 시간과 절감되는 비용의 한도를 넘을 수 없다.
다시 말해 서울∼수원간의 고속도로 요금은 다른 지방 도나 국도를 이용했을 때 드는 유 류나 차량 소모, 시간상의 이익을 초과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또 징수기간도 끝없이 연장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통행료의 총액이 도로의 신설이나 개·보수, 유지관리에 필요로 하는 비용의 원리금 총액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통행료는 어디까지나 관계법에 의거해 엄정하고 정밀한 계산작업을 토대로 해 인상할 근거가 있으면 그 근거를 제시해야 하고 오히려 인하할 요인이 있다면 지체없이 내려 주어야 옳다.
그런 타당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행정편의에 의해 인상폭을 정해 일방적으로 인상을 단행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경부고속도로 만해도 70년 당시 건설비가 4백29억7천여 만원이, 그동안 개·보수비로 2천억 원 가까이 투입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에 비해 통행료 수입은 인상을 거듭해 작년 말 현재만도 건설비의 10배 가까운 4천1백28억 원을 거둬들였다.
경부고속도로 하나만 놓고 보면 이미 본전을 훨씬 뽑고도 남아 무료화해도 진작에 했어야 할 판이다.
물론 경부고속도로에서 생긴 수입으로 다른 고속도로를 건설하는데 유익하게 쓴 것은 인정된다. 그러나 언제쯤이면 요금을 내리겠다든 가, 폐지하겠다는 약속도 없이 백년 하 세월로 통행료를 계속 받으면서 인상만 일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우리나라 연간 물 동량(2억3천8백만t)의 62%를 공로로 수송하고 있고 더욱이 수출물량(1억3천만t)의 대부분을 고속도로로 수송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통행료 인상이 수출원가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당국은 인상폭을 승용차보다 트럭 등 화물자동차에 비중을 높이겠다고 밝히고 있어 그런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정부는 현재 도로와 유관한 세금으로 자동차세·유류세·도시계획 세 등으로 연간 1조원 이상의 세금을 걷고 있으나 도로투자에는 이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고속도로통행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면 먼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자료를 공개해야 하며 도로공사의 획기적인 운영합리화 등을 과감히 단행하는 노력부터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