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레터] 비상한 근무, 비상한 의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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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 여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젯밤에는 강도가 제법 센 탓에 새 강진이 일어난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예상외의 지진에 국민안전처는 예상대로 기능부전에 빠졌습니다. 홈페이지는 먹통, 문자 알림 서비스는 늑장이었습니다.

불안해 하는 주민들은 결국 각자도생(各自圖生) 밖에 없구나, 하고 절감했을 법합니다.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고는 하는데, 어디가 안전한 곳인지는 각자 알아서 찾아야 할 판입니다.

물론 정부는 황교안 총리 지시로 비상근무 태세에 들어갔습니다. 공무원들은 자기들끼리 비상하게 근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이후에도 국민안전에 대한 정부의 역할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습니다.

일본 언론들도 한국의 지진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은 도대체 어떻게 대응하는지 유심히 보는 듯합니다. 오늘 일본 최대의 포털사이트 야후재팬엔 한국에서 학교건물의 내진설계 보강에 181년이 걸린다는 뉴스가 추천기사에 걸렸습니다. 쯧쯧, 하는 투였습니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검찰에 소환됐습니다. 이로써 지난 6월부터 시작된 롯데그룹 수사는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셈입니다. 신 회장은 2000억원대의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 달 중 신 회장을 비롯해, 신격호·신동주 등 그룹 총수 일가가 일괄 기소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함께 신격호 총괄회장의 부인 서미경씨의 국내 재산은 모두 압류당했습니다.

금융노조가 23일부터 총파업을 한다고 오늘 예고했습니다. 참가인원은 노조측 주장 10만명, 사측 추정 3만~4만명입니다. 2014년 관치금융 철폐를 요구하며 벌인 총파업엔 조합원 참여율이 10%에 불과했습니다. 이번 파업은 성과연봉제 철폐를 내걸었습니다.

밥그릇과 직결되는 사안이어서 참가율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공공적 가치를 명분으로 한 파업엔 참여율이 낮아도, 사적 이익을 위한 파업엔 참여율이 높아지는 게 자연스러워 보이기도 합니다. 그럼 국민의 공감도는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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