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돌아오는 친노 좌장 이해찬, 충청서 반기문 견제 역할 맡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기사 이미지

이해찬

‘친노의 좌장’ 이해찬(7선·세종시)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으로 돌아온다. 이 의원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시절이던 지난 3월 15일 총선 공천에서 배제되자 탈당했다. 추미애 더민주 대표는 19일 최고위원회에 이 의원의 복당 문제를 상정했다. 최고위에선 이견 없이 복당을 추인했다. 이 결정은 탈당 188일 만에 내려진 지도부 차원의 추인이다. ‘탈당 1년 안에는 복당을 불허한다’는 당규가 있기 때문에 복당을 위해선 당무위를 거쳐야 하지만 제동이 걸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 전면에 나설 땐 친노 패권 우려
안희정 측 “영향력 과거와 다를 것”
6월 방미 때 반 총장과 면담 취소
7월엔 “외교관은 정치 못해” 주장

이 의원의 복당은 추 대표가 추진하는 통합행보의 연장선에 있다. 추 대표는 민주당 창당 61주년이었던 지난 18일 원외 민주당과의 통합을 선언하며 ‘민주당’이라는 이름을 되찾은 직후 이 의원까지 복당시켰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추 대표와 미리 원외 민주당과의 통합 및 이 의원의 복당을 추석 직후 마무리 짓자고 의견을 나눴다”고 전했다.

지난 총선 당시 이 의원에 대한 공천 탈락을 결정했던 김종인 전 대표는 말을 아꼈다. 그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추 대표가 이틀 전 전화를 해서 ‘이 의원의 복당을 결정하겠다’고 양해를 구해왔다”며 “추 대표 체제이니 알아서 결정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향후 역할 등에 대해선 “노 코멘트”라고만 했다.

총선 당시 김 전 대표가 이 의원을 탈락시킨 명분은 “친노와 운동권 세력의 청산”이었다. 사실상 그를 ‘친노+운동권’이란 양대 세력의 간판으로 볼 만큼 이 의원은 야권에서 중심적 위치에 있었던 셈이다.

그의 민주당 복당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2008년 대통합민주신당 시절에도 당을 떠난 적이 있다. 그땐 떠밀려서가 아니었다. 손학규 대표 체제가 출범하자 “한나라당 출신이 대표가 된 현실이 안타깝다”는 이유로 당을 떠났다. 그런 뒤 18대 대선을 1년 앞둔 2011년 시민사회 세력이 주축이 된 ‘혁신과 통합’의 일원으로 당에 돌아왔다. 돌아온 이 의원은 이후 단숨에 당 대표에 당선되면서 당을 ‘접수’했다. 친노 진영과 시민사회 진영에 든든한 뿌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공교롭게 내년 대선을 1년여 앞둔 시점에 이 의원은 다시 복당하게 됐다. 하지만 당시처럼 당권을 향해 움직이긴 어려운 상황이다. 당내엔 복당 후 이 의원이 일단 충청권에서 역할을 찾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특히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로 충북 출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거론되면서 그의 충청권 역할론에 주목하고 있다. 친노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이 의원은 참여정부 시절 국무총리로 재직하면서 반 총장이 유엔 수장으로 선출되는 과정을 훤히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의 핵심 측근도 “이 의원의 역할은 내년 대선 최대 분수령이 될 충청권에서의 확장이 주요한 역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이 의원은 지난 6월 미국을 방문하면서 반 총장 측과 한 차례 신경전을 벌인 적이 있다. 반 총장이 제안한 면담에 응했다가 전격 취소해 버리면서다. 당시 이 의원은 “반 총장 측이 일방적으로 면담 일정을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했다”면서 면담을 거부했다. 이 의원은 귀국 후인 지난 7월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선 “반 총장은 외교관 출신이라 기본적으로 밀리터리(군사) 멘털리티가 없는 분”이라며 “외교관은 정치를 못한다”고 깎아내리기도 했다.

이 의원이 내년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문 전 대표의 측근 인사는 “이 의원은 스스로 전면에 나설 경우 친노 패권 등에 대한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문 전 대표도 이 의원이 공천 배제됐을 때 전화를 걸어 (거취를) 상의한 적은 있지만 주요 국면에서는 이 의원과 상의를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안희정 충남지사와 가까운 조승래 의원은  “(이 전 총리의)복당은 당연한 결과다. 당연히 돌아오실 분이 돌아오신 것”이라며 “과거 ‘상왕정치’라는 지적은 과도한 표현일뿐 지금은 가능하지도 않은 얘기”라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가까운 박홍근 의원도 “과거처럼 친노를 진두지휘하기보다 당의 원로로서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당무위 최종 의결 후 입장을 밝히겠다”면서 “야권 승리를 위해 나를 도왔다는 이유로 징계당한 핵심 당원에 대한 복당도 함께 돼야 진정한 통합이 될 수 있다”고 적었다.

강태화·이지상 기자 thka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