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戰 자책골 조병국 "9월에 반드시 설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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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국 자살골에 마침표를 찍어라'.

K-리그 수원 삼성의 원정경기에 가면 종종 볼 수 있는 격문이다. 지난 4월 16일 국가대표 한.일전에서 종료 직전 자책골성 결승골을 허용한 조병국(22.수원)을 야유하는 내용이다. 그 조병국이 또다시 한.일전에서 자책골을 넣었다. 23일 도쿄국립경기장에서 벌어진 올림픽대표팀 평가전에서다.

한국 축구 수비의 기둥으로 성장하고 있는 그로서는 견디기 힘든 충격이다. 24일 밤 수원 팀 숙소에서 만난 조병국은 아직 '악몽'에서 깨지 못한 모습이었다. 목소리에도 힘이 없었다.

-자책골 당시 상황은.

"왼쪽에서 프리킥을 막느라 벽을 쌓는 바람에 수비수들의 위치가 많이 바뀌어 있었다. 오른쪽으로 공이 넘어와 7번(이시가와)이 잡는 순간 마크맨이 아무도 없었다. 슬쩍 뒤를 봤는데 골대와 수비 사이에 공간이 커 위험하다고 느꼈다. 한 발짝 뒷걸음치는 순간 볼이 날아와 내 발에 맞았다."

-자책골 순간 어떤 생각했나.

"4월 16일 한.일전 상황이 스쳐가면서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생기나'하는 생각에 너무 화가 났다."

-경기 끝난 뒤에는 어땠나.

"라커룸에 들어가 소리를 지르고 물병을 집어던지며 '난리'를 피웠다. 새벽까지 잠을 못 잤다. 박용호.김동진(이상 안양)과 '수비수는 아무리 잘 해도 욕 먹는 자리다. 숙명으로 받아들이자'며 얘기를 나눴다."

-지금 심정은.

"공항에 모인 사람들이 나만 쳐다보는 것 같았다. 내가 있어서 대표팀이 잘못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빨리 잊고 싶다. 더 큰 선수가 되라고 하늘이 주시는 시련이라고 생각한다."

-수비 자세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초등학교 때부터 수비수를 했지만 공식 경기에서 자책골은 처음이다. 게임을 읽는 시야가 좁고, 미리 상황을 예측하고 움직이는 게 부족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는다."

-앞으로의 계획은.

"9월 17일 한.일전 리턴매치에서 멋지게 설욕하고 싶다. 부족한 점을 보완해 독일에 진출하고 싶다."

수원=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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