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아침]-'두 번이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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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쉼보르스카(1923~) 폴란드 시인, 이해경 번역 '두 번이란 없다' 부분

두 번 일어나는 것은 하나도 없고
일어나지도 않는다. 그런 까닭으로
우리는 연습없이 태어나서
실습없이 죽는다.

인생의 학교에서는
꼴찌라 하더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같은 공부는 할 수 없다.

어떤 하루도 되풀이되지 않고
서로 닮은 두 밤(夜)도 없다.
같은 두 번의 입맞춤도 없고
하나 같은 두 눈맞춤도 없다.



영감의 풍부함, 진정한 평이성으로 시의 모차르트라 극찬했던 한림원. 1996년 노벨상을 수상한 여성 시인이다. 인생의 유한성(有限性) 과 유일성(唯一性)을 이토록 편하고 쉬운 언어로 표현하다니…. 오늘 그녀가 살고 있는 폴란드 옛 수도 크라쿠프가 그립다. 바로 옆 아우슈비츠로 가는 길, 하얗게 널린 빨래와 햇살과 버섯처럼 사랑스러운 굴뚝들의 평화.

문정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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