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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는가' 작가 올비 별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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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는가(Who's Afraid Of Virginia Woolf)'로 유명한 미국의 대표적인 현대 극작가 에드워드 올비가 16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88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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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등 외신은 올비가 뉴욕 동부 몬타우크 자택에서 숨을 거뒀으며, 당뇨병을 앓아왔지만 직접적인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대표작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는 1962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후 지금까지도 세계 각국에서 공연되고 있다.

상류층 대학교수 부부의 험악한 말다툼을 통해 미국적 이상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이 작품은 1966년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리처드 버튼 주연의 동명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외모가 아닌 연기력으로 인정받는 작품이었고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까지 품게 됐다. 특히 영화 대사 중에 "Shit"라는 욕이 있어서 메이저 영화에서 처음 욕을 사용한 여자 배우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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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는가`의 포스터. [중앙포토]

올비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의 테네시 윌리엄스(1911∼1983), '세일즈맨의 죽음'의 아서 밀러(1915∼2005)의 뒤를 잇는 미국 현대 희곡계의 거장으로 평가받는다.

'미묘한 균형'(1967), '바닷가 풍경'(1975), '키 큰 세 여자'(1994)로 퓰리처상을 세 차례나 수상했다.
미국 중산층 문화와 결혼, 육아, 종교, 상류층의 부조리 등을 꼬집은 총 30여 편의 희곡을 남겼다.
올비는 한 인터뷰에서 "내 작품은 모두 기회를 잃은 사람, 젊은 나이에 죽거나 후회로 생을 마감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원히 죽지 않을 것처럼 살아있는 시간을 써버린다"고 말했다.
또 "모든 연극은 그것이 좋은 작품이라면,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책임감으로 작품을 쓴다는 작가적 소신을 밝힌 것이다.

그의 작품처럼 그의 삶도 어두운 이면이 있었다.
1928년 워싱턴 D.C에서 태어난 올비는 생후 며칠 만에 극장 소유주이던 뉴욕의 부호 리드 올비 부부에게 입양됐다. 그러나 여러 학교에서 퇴학당하고 양부모와 불화를 겪다가 집을 떠났다.

뉴욕타임스는 그의 생전 인터뷰를 인용해 "8살 때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알았고, 9살 때 시를 쓰기 시작했으며, 10대에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김승현 기자
s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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