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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정'에서 악랄한 일본형사를 열연한 엄태구, 형이 누군가 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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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밀정`에서 악랄한 일본경찰 하시모토 역을 열연한 배우 엄태구(왼쪽)

400만 관객 돌파를 목전에 둔 영화 '밀정'에서 의열단을 쫓는 일본인 경찰 하시모토 역을 맡은 배우 엄태구(33).

그는 동료 조선인 경찰 이정출(송강호)과의 날카로우면서 위험한 갈등 관계를 긴장감 넘치게 그려냈다.

특히 임무 수행에 실패한 정보원들을 다그치며, 뺨을 연거푸 후려지는 장면에서는 소름이 돋을 정도의 무서운 몰입감을 보여줬다.

그리고 대선배 송강호와의 기싸움에서도 전혀 밀리는 기색 없이 자신의 모든 걸 표현해내며,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초췌해보일 정도로 마른 얼굴, 허스키한 목소리, 그리고 강렬한 눈빛 등 엄태구가 만들어낸 하시모토의 서늘한 모습은 관객들의 뇌리에 각인되기에 충분했다.

엄태구는 독립영화 '잉투기'(2013)에서부터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콱 찍었다.

'현피'에서 자신에게 씻을 수 없는 모욕감을 준 '젖존슨'에게 복수를 다짐하는 태식 역을 맡아, 꿈도 목표도 없이 살아가는 잉여청춘의 서글픈 초상을 실감나게 그려냈다.

그는 이후 상업영화 '소수의견' '인간중독' '차이나타운' '베테랑' 등에서도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엄태구는 충무로에서는 드문, 형제 영화인으로도 유명하다.

그의 형은 '잉투기'로 가능성을 인정받은 감독 엄태화(35)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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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엄태구의 형인 엄태화 감독. [중앙포토]

'잉투기'로 형(엄태화)은 문제의식이 돋보이는 탄탄한 연출력을, 동생(엄태구)은 활어처럼 펄떡이는, 생동감 있는 연기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당시 영화계는 류승완(감독)-류승범(배우) 형제에 이은, 또 다른 형제 영화인의 탄생을 두 손 모아 환영했다.

엄태화 감독은 자신의 첫 상업영화로, 강동원 주연의 판타지 스릴러 '가려진 시간'을 곧 선보인다.

'밀정'에서 선배 배우 정도원의 뺨을 때리는 게 너무 힘들었다는 엄태구는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영화 '택시 운전사'에서 송강호와 또 한번 연기호흡을 맞춘다.

이 영화에서 송강호는 독일기자를 광주까지 태워다주는 택시운전사 만섭 역을, 엄태구는 계엄군 장교 역을 맡았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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