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하늘엔 별이 소생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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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천 구백 팔십 육년 칠월도 삼복 더위
기우뚱 만장의 성좌가 운항을 잠시 멎고
이 땅의 큰 별 하나가 유성으로 졌읍니다.
정녕 인생길이란 헤아릴 수 없사오매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 건지
그 깊고 아득한 행로를 자(척)질 할 수 없읍니다.
그러나 슬픔도 기쁨도 끝내는 다 인간사
구름은 말없이 왔다 자재히 떠날 따름
두고 간 칠십 세월이 장강으로 흐릅니다.
일찌기 몸을 일으켜 뜻을 심은 법조의 뜰
단기로 득의의 날을 말달리던 청운의 벌
준재는 남선과 북마에 쉴 곳 몰랐읍니다.
당신은 고난의 사공 스스로 노를 잡아
한 시절 거센 바다에 조국이란 배를 몰고
비바람 험난한 파도를 지쳐 넘었읍니다.
돌아와 일월을 쌓은 「중앙」이란 언론의 성
과녁을 물고 우는 푸른 날의 화살이여
님이야 불락의 성의 성주 아니더이까.
말없이 풀잎은 눕고 바람은 또 흐느낌을
어둠 속 꽃잎 잠기듯 거두어 간 목숨 하나
오늘 밤 당신의 하늘엔 별이 소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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