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시장시절 자경단 운영해 범죄자ㆍ정적 제거”

중앙일보

입력

 

기사 이미지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과거 다바오시 시장 시절 비밀리에 자경단을 운영해 범죄 용의자를 즉결 처형하고 정적 제거를 지시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15일(현지시간) 필리핀 상원이 개최한 ‘마약과의 전쟁’ 청문회엔 자경단 일원이었다고 주장하는 인물이 두테르테 대통령이 대권을 잡기 전 22년간 필리핀 남부 다바오시 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경찰과 전 공산반군으로 구성된 자경단을 운영하면서 범죄 용의자를 재판도 없이 사살하고 정적 암살을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자경단 일원이라고 주장한 에드가르 마토바토(57)는 이날 청문회에서 “우리의 일은 마약 판매상, 강간범과 같은 범죄자를 죽이는 것이었다”며 “2007년 한 남성을 악어 밥이 되도록 하는 등 50여 차례의 납치와 공격 임무를 수행했다”고 했다.

그는 자경단이 당시 두테르테 시장 명령에 따라 1000명을 죽였다고 주장했다.

구체적 사례로 1993년 무슬림에 의한 성당 테러를 보복하기 위한 회교사원 공격, 자경단 임무를 방해한 법무부 직원 사살, 2010년 두테르테의 정적인 전 프로스페로 노그랄레스 하원의장의 지지자 4명에 대한 납치와 살해 등을 제시했다.

이 진술이 사실로 확인되면 두테르테 대통령의 초법적 행위에 대한 비판이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두테르테 대통령은 다바오시장 재임 기간 중 1700명을 죽였다고 했다가 부인하기도 했다.

그동안 필리핀 국내외 인권단체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과거 자경단을 운영하며 1000명 이상의 범죄 용의자를 즉결처형했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이에 대해 마틴 안다나르 대통령 공보실장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다바오시장 시절 그런 지시를 했을 리가 없다”면서 “당시 인권위가 조사했고 아무런 혐의도 제기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필리핀에선 지난 6월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지금까지 약 3000명의 마약 용의자가 사살됐다.

유엔 인권기구들은 필리핀의 마약 전쟁과 관련해 인권 침해 실태에 대한 현장조사를 추진하고 있어 필리핀 정부가 이를 허용할지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