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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백년 고도「파리」… 재개발사업 한창|바스티유 감옥·도살장 등엔 예술공원·오페라 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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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파리=홍성호 특파원】역사 9백년의·도시 파리에서도 요즘 도시 재개발 사업이 한창이다.
70년대 7년여에 걸친 도심 재개발로 이루어 놓은 퐁피두센터가 파리의 새로운 명물로 등장할 만큼 성공을 거두자 프랑스 정부와 파리 시는 그후 이와 유사한 사업을 시내 곳곳에서 벌여 현재 진행중인 공사만 해도 파리 동북쪽의 라 빌레트 지역의 종합개발, 바스티유 감옥이 있던 거리의 새로운 오페라 좌 건설, 오르세역의 미술관 전환 등을 꼽을 수 있으며 한불수교 1백주년을 맞아 지난4월 「서울의 광장」으로 지정된 몽파르나스의 거리 한 부분도 최근 이 지역의 재개발 사업으로 아파트를 건립하고 새로 조성한 로터리다.
파리 도시 재개발사업의 특색은 단순히 낡고 비좁은 거리와 건물을 헐어내고 새로운 거리·건물을 조성하는데 그치지 않고 대부분 예술분야와 연관을 짓는다는 것과 공사규모·예산이 엄청나다는 점이다. 현재 진행중인 사업에만도 약1백40억 프랑 (약1조8천 억원)이나 들어 일부에서는 세금부담 가중을 이유로 사업시행을 반대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파리의 명소 곳곳에 역대 집권자들의 이름과 사연이 담겨있듯이 최근의 위정자들 또한 자신의 이름을 남겨둘 만한 「대 역사」를 참조하기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려는 인상이다.
68년까지만 해도 서울의 남대문시장 같던 보부르 구역의 레알 시장을 파리 남쪽 오를리공항 인근으로 이전한 뒤 이곳에 길이1백66m, 넓이 60m, 높이 42m의 독특한 건축물을 세워 일약 세계적인 종합예술관으로 등장한 것이 퐁피두센터였다.
「퐁피두」에 이어「지스카르」「미테랑」대통령들도 도시 미관을 해치는 각종 가축도살장 (라 빌레트 구역)이나 악명 높은 유적지 (바스티유)에 보다 고상한 시설물들을 들여놓기 위해 각각 4억 프랑(약5백 억원)과 27억 프랑(약3천3백억 원)을 들여 유럽 최대의 공연장 등이 갖춰진 종합예술공원 (라 빌레트)과 새로운 오페라 좌를 새로 짓기로 해 공사가 진행중이며 파리시장이기도 한 「시라크」수상 또한 이에 질세라 공사현장을 직접 둘러보면서 예산지원을 확약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바스티유광장에 새로 들어서고 있는 오페라 좌는 85년 초부터 공사가 시작돼 구 오페라 좌보다 좌석수가 5백석 많은 2천7백석 짜리와 7백석이 적은 1천5백 석 짜리 콘서트홀 2개를 갖추게 된다 .파리 동북쪽 스탈린그라드 광장에서 시작하여 외곽 순환고속도로(페리페리크)까지 사이의 약16만5천 평에 조성되고 있는 종합공원 라 빌레트에는 3천여평짜리 아틀리에와 반구형 화면이 설치된 극장, 로크뮤직홀, 과학 및 기술 박물관 등과 함께 1만5천 평의 사무실, 2천 가구의 아파트, 학교·양로원 등이 들어서고 시내까지는 전철이 연결된다. 89년까지 공사가 모두 끝나면 샹젤리제·에펠탑·퐁피두센터와 마찬가지로 라 빌레트 또한 파리의 관광명소가 되리라는 게 이곳 관계자들의 자신 있는 전망이다.
주요 통로에 있던 버스 주차장들은 모두 철거됐고 그 자리에는 8백여 평 크기의 분수대가 들어서며 수상놀이 시설과 수상학교·체육공원·전망대 등도 함께 설치된다.
금년 12월 문을 여는 오르세 미술관은 원래 교외지방선 철도역.
루브르 박물관과 센 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오르세 미술관의 개관은 다음달 18일에 문을 닫는 인상주의 작품와 보고라고 일컬어지는 주 드 폼 미술관 폐관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르느와르」의 『목욕하는 처녀들』, 「모네」의 『정원의 여인들』, 「마네」의 『올림피아』, 이밖에 「고호」 「베르메르」등 인상주의 대가들의 작품 7백여 점이 소장돼 있던 주 드폼 미술관은 관람객 수용능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보다 넓은 장소를 물색하던 중 재개발사업으로 내부를 새로 단장한 오르세 미술관으로 전시장을 옮기게 된 것.
아나톨 프랑스 강변도로와 럴가사이 한 불록을 독차지할 만큼의 거대한 규모인 오르세 미술관은 지난 82년부터 10억8천2백만 프랑 (약1천4백억 원) 을 들여 내부장식 공사를 해왔다.
19세기 건축양식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오르세 미술관에는 주로 10세기와 20세기초기작품들을 전시하게 되며 이 시대의 새로운 예술 장르로 손꼽히는 아르 누보 (유리공예작품) 도 다수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테랑」대통령이 직접 개관식에 참석할 오르세 미술관이 특별히 관심을 끄는 것은 주 드 폼 미술관 소장품들이 그대로 옮겨진다는데 따른 것.
주 드 폼 미술관은 세계에서 전시장 면적 당 가장 많은 관람객이 찾은 기록을 갖고있다. 지난해의 경우 5백 평 남짓한 전시장에 무려 70여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이 미술관은 당초 「나폴레옹」 3세가 그 아들을 위해 오린지 과수원이던 것을 테니스장으로 개조했고 그후 미술관으로 다시 바꾼 것. 이곳은 1920년대 초 「마르셀·프루스트」가 「베르메르」의 걸작을 감상하기외해 자주 찾았으며 한때는 뤽상부르박물관 소장품들이 전란을 피해 옮겨지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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