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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우방국 정상들과 대북압박 조율…청와대 “추석 기간에도 비상근무체제 유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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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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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신임장관들과 국무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그동안 정부를 믿고 함께 해주신 국민 여러분이 있어서 희망을 만들 수 있었다”며 추석 메시지를 전했다. 앞줄 왼쪽부터 조경규 환경부·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박 대통령·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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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하
청와대 팀장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추석 연휴 기간에 공식 일정이 없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평소보다 더 긴박한 심경으로 연휴를 보낼 것이라고 청와대 참모들은 전했다. 북한의 5차 핵실험이 몰고 온 안보 위기 국면 때문이다.

“대통령, 김정은에 대한 기대 버려
야권 신경 안 쓰고 강경책 펼 것”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13일 “(지난 9일) 박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에 준하는 자세로 임하라고 했기 때문에 청와대는 추석 기간에도 비상근무체제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연휴기간 중 북한의 동태를 수시로 보고받으면서, 우방 정상들과 대북 압박 강도를 높이기 위해 의견을 조율할 예정이라고 한다. 박 대통령은 이날도 캐나다 트뤼도 총리와 전화통화를 하고 북핵 문제 대응에서 양국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2일 여야 3당 대표 회동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문제 등 안보 이슈를 놓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에게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한 여권 인사는 “북한의 핵무기 실전배치가 임박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야권과의 공방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안보 드라이브를 확고히 밀고 가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추 대표가 거론한 대북 특사 파견이나 박 위원장의 ‘여야정 안보협의체’ 구성 제안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청와대 참모는 “야당은 이런 지경에도 계속 대북 대화에 미련을 두는 것 같은데 박 대통령은 지금 김정은에 대해 한 점의 기대조차 버린 상황”이라며 “국회가 여소야대 상황이라도 안보 이슈만큼은 대통령이 확실히 끌고 가겠다는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북핵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대북 강경책에 대한 여론도 우호적이란 판단이다.

최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거취 문제로 수세에 올렸던 정국을 안보 국면으로 전환해 청와대가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새누리당의 한 친박계 의원은 “당초 추석 이후로 예정됐던 여야 대표 회담을 추석 직전으로 갑자기 당긴 것 자체가 대통령 주도로 판을 짜겠다는 의미”라며 “야당의 반발 때문에 일부 국정과제 완수에 차질이 오는 상황을 감수하더라도 박 대통령은 사드를 비롯한 안보 이슈에 확실히 쐐기를 박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추석 연휴 이후에 본격적으로 ‘안보 드라이브’에 나설 경우 야당과의 갈등은 더욱 깊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11월에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이 공개되면 또 한 번 야당이 총공세로 나올 텐데 정기국회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박 대통령 스타일상 정면돌파 이외의 우회로 선택 가능성은 낮다는 게 참모들의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 대통령의 스탠스가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연말까지의 정기국회에서 박 대통령과 야당의 협치 결과물이 극히 제한적일 수도 있다.

김정하 청와대 팀장 wormho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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