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는 게 무섭지 않아요. 다만 가족을 떠나는 게 무서울 뿐이에요. 언제나 가족 곁에 있을께요. 늘 가슴 속에.”
암을 두 차례 극복한 영국의 20대 여성이 끝내 이같은 유언을 남기고 지난 3일(현지시간) 세상을 떴다. 그는 암 투병 과정에서도 자신과 같은 젊은 암환자 기금을 마련한 인물이었다.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 살았던 프랜체스카 맨시니 얘기다. 그는 용기와 의지의 상징이었다. 21세 생일을 몇 주 앞두고 숨져 주변을 더 안타깝게 했다.
꿈많은 생물학도인 프랜체스카는 지난해 비호지킨 림프종 진단을 받았다. 포도알 크기의 암 세포가 가슴에 발견된 것이다.
프랜체스카는 수술과 화학 요법을 통해 암을 치료했다. 그러나 지난해 크리스마스 무렵 재발했다. 이번에도 방사선 치료와 줄기세표 치료를 통해 호전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암 세포는 폐와 간으로 전이됐다.
프랜체스카는 암 투병 과정에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았다. 더 나가 자신처럼 암으로 고통받는 청춘을 위해 나섰다. 1만4000 파운드(약 2000만원)를 모금해 암 연구로 유명한 비슨 암 연구소(Beatson Institute for Cancer Research)에 기증했다. 또 비슨 암 구호협회(Beatson Cancer Charity) 홍보대사로 활동했다.
이때문에 프랜체스카는 ‘비슨의 공주’라는 별명도 얻었다. 건강이 악화된 지난 8월 27일에도 기금마련 걷기 대회에서 나가 10㎞를 주파했다.
그는 지난해 인터뷰에서 “10대도 암에 걸린다. 그 수가 아주 많다”며 “내가 암을 이긴 얘기를 듣고 그들이 힘을 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프랜체스카의 엄마인 메이 맨시니는 “여동생에게 강아지 한 마리를 사주고, 디즈니랜드에 함께 가 인어공주를 보는 게 프랜체스카의 소원이었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