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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외숙 한의사의 소중 동의보감] <47> 추석은 왜 추석이라고 부를까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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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신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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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외숙 구리함소아한의원 대표원장

여름은 덥게 마련이지만, 올 여름은 유난히도 무더웠습니다. 초반에는 20년 만의 더위라는 말이 나오더니 결국 모든 기록을 깨뜨리고 ‘100년 만의 더위’, ‘기상관측 이후 최고의 더위’가 되었습니다. 더위가 너무 심하다 보니 15년 만에 콜레라가 발생하기까지 했습니다. 물론 아직도 더위가 다 가시지 않아 낮엔 꽤 더운 편이고요.

추석 명절

그럼에도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흘러갑니다. 시간이 흐르고 절기도 계속 바뀌어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 조금씩 가을의 중간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한창 무더위가 계속될 때는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여름이지만, 가을의 두 번째 절기인 처서(處暑: 입추와 백로 사이의 절기. 더위가 한풀 꺾이며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때)가 지나면서 기온이 크게 떨어져 갑작스런 기온차 때문에 춥게 느껴지기도 했지요. 9월 초에는 아침 이슬이 맺힌다는 백로(白露) 절기가 있어, 이때를 지나면 새벽엔 꽤 쌀쌀해지지요. 비염이 있는 친구들이 다시 힘들어지기 시작하는 시기이기도 하고, 감기가 쉬 오므로 보온에 조금씩 신경을 써야 하는 계절입니다.

가을엔 온 나라가 들썩이는 큰 명절도 있습니다. 바로 우리 민족의 2대 명절인 추석이죠. 추석이 언제, 어떻게 생겼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밝혀진 것은 없다고 해요. 12세기에 지어진 『삼국사기(三國史記)』를 보면 추석은 신라 초기에 이미 명절로 자리를 잡았을 뿐 아니라, 신라시대의 대표적인 명절이었음을 알 수 있다고 하네요. 아마도 농경사회에서 일 년 중 가장 풍성한 수확시기인 가을걷이를 축하하고, 겨울을 대비하는 의미로 생긴 게 아닌가 합니다.

그렇다면 추석(秋夕)이라고 이름 지어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뜻 그대로 보자면 추석은 ‘가을 저녁’이라는 말입니다. 매일매일의 저녁이 있는데 유독 추석날에 ‘저녁 석’이라는 한자를 사용한 것은, 그날이 음력 8월 보름날로 보름달이 뜨기 때문이겠지요. 보름달이 뜬 추석이 달빛이 유독 밝은 저녁이어서가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추석을 다른 말로는 중추절(仲秋節) 또는 중추가절(仲秋佳節)이라고도 하는데, 풀이하면 ‘가을의 한가운데’입니다. 가을 중의 가을 정도가 되겠네요. 추석 무렵은 그 자체로 날씨도 매우 좋지만, 농경사회였던 과거를 중심으로 보았을 때도 아주 좋은 시기라 ‘5월 농부 8월 신선’(이때 계절은 모두 음력)이라는 말도 있다고 해요. 5월은 농부들이 농사를 잘 짓기 위해 땀을 많이 흘리면서 등이 마를 날이 없지만, 8월은 한 해 농사가 거의 마무리된 때여서 한가로이 일하면서 신선처럼 지낼 수 있다는 뜻에서 생긴 말이라고 합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가윗날(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속담도 있듯이 추석은 전통적으로 연중 으뜸 명절이었어요. 농촌에서는 곡식과 과일이 익는 계절인 만큼 모든 것이 풍성하면서도 농사일은 많지 않아 즐거운 놀이로 시간을 보냈죠. 이날처럼 잘 먹고, 편하게 살았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으로 이런 말들이 생겨난 것 같습니다. 사시사철 잘 먹고, 편하게 살고 있는 요즘엔 잘 와 닿지 않는 말이기도 하지요.

추석에는 풍요를 기리는 다양한 세시풍속이 이뤄졌습니다. 추석날 아침에 햇곡식으로 빚은 송편과 각종 음식을 장만하여 조상들께 차례를 지내고, 산소를 찾아 성묘하는 것이 중요한 행사였죠. 또 성묘를 위해 미리 조상의 산소를 찾아 여름 동안 무성하게 자란 잡초를 베고 묘소 주위를 정리하는 벌초도 큰 행사였습니다.

이렇듯 추석을 비롯한 명절 세시풍속의 위상은 근래까지도 이어져 왔습니다. 생업인 농사와 직결된 농경사회의 의례이기 때문에, 급속히 이루어진 산업화로 공업이 생업의 중심이 되면서 농촌사회가 변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시 생활을 하도록 바뀌면서는 이러한 세시풍속의 위상도 조금씩 약화된 것은 사실입니다. 추석 역시 전통적인 성격이 점차 퇴색해 차례와 성묘하는 날로 축소되었고요. 국가 차원의 공휴일로 지정돼 최근까지도 큰 명절로 자리를 지키고는 있지만 예전처럼 크게 의미를 찾기가 힘든 면이 있습니다. 특히 도시에 살고 정보화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어린이들에게 추석은 며칠 연이어 쉬는 연휴이고, 간혹 친척들을 만나는 날 정도로 인식될 수도 있겠지요.

아무리 기를 쓰고 전통을 지키려 해도 이미 시대가 변했기 때문에 추석의 의미는 점점 더 쇠퇴해갈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추석을 명절로 지내고 있으니, 우리 친구들도 그 의미를 한번 정도는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다들 즐거운 추석 명절이 되기를 바랍니다.

박외숙 구리함소아한의원 대표원장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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