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위기 해소하기(2) (Defusing the North Korean Nuclear Crisis)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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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현재의 위기 상황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북한은 최근 베이징 회담에서 우리가 세 가지 조치를 취한다면 적절한 핵 사찰을 통해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종식시키기 위해 단계별로 협상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습니다. 첫째, 비핵화에 연계된 상호불가침 서약에 서명을 하는 것입니다. 둘째, 주권 존중 서약에 대한 서명인데, 이는 우리가 북한 정권의 붕괴를 꾀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셋째는 정치 경제적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으로, 미국과 세계은행이 북한의 비핵화 수준에 맞추어 그 대가로 지원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미국의 대답은 ‘노’였습니다. 공갈 협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우리가 무슨 말을 하기 전에 북한이 모든 핵 시설을 해체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말은 사실상 우리를 믿으라고 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공갈 협박(blackmail)’의 사전상 의미는 "협박에 의한 강요, 강탈”인데, 이번 경우에 북한과 미국 모두는 서로에게 위협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북한 인근의 태평양에 핵 무기를 배치해 놓고 핵 선 제공격을 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북한은 플루토늄 재처리를 하면서 미국이 모순되는 경로를 밟을 경우 제3국에 핵 무기를 팔겠다고 위협하고 있는 것입니다. 공갈 협박이라는 단어는 이러한 상황을 정확하게 설명해 줄 수 없습니다.

이제 가장 큰 문제점은 시간이 너무 늦어서 그리고 집권 강경파들의 입장이 너무 단호해서 북한이 핵 무기 보유를 철회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저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북한이 거래를 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들을 시험해 보기 전까지는 우리는 확실히 알 수가 없습니다. 그들을 시험해 본다는, 대북 정책을 완전히 바꿀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북한에 군사적 안보와 실질적인 경제 안보를 제공하기 위한 준비를 하지 않는 한, 북한은 전면적 핵 사찰을 통한 핵 무기 개발 계획 포기를 실제로 수행하지 않을 것으로 저는 봅니다.

일부 행정부 관리들은 북한의 합의 이행 여부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정책 변경을 통해 북한의 의도를 시험하는 것은 무의미하며, 북한은 이미 1994년 합의를 위반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북한과 미국이 동시에 북미 기본 합의 파기에 대해 비난을 받아야 합니다. 합의을 효과적으로 이행한다는 약속 때문에 북한의 플루토늄 생산 계획이 중단되었고, 그들은 현재의 대립이 촉발된 지난 가을까지 합의가 이행되는지를 면밀히 지켜보았습니다.

북한이 파키스탄과 우라늄 농축 기술 관련 협상을 벌인 것은 합의의 명백한 파기이지만,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1994년부터 1998년까지 미국은 기본 합의의 핵심 사항을 이행하지 못했습니다(기본 합의 2항의 관계 정상화 조치와, 3항의 북한에 대한 ‘미국의 핵 무기 위협이나 사용’을 배제하는 ‘공식적인 확인’을 말함: 역주).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바라면서 플루토늄 프로그램 중단 약속을 지키는 한편,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에 착수했던 것입니다.

몇몇 사람들은 이런 걸 바로 공갈 협박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우리가 왜 이런 비위 거슬리는 정권에 대가를 치러야 하느냐고 묻습니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지난 해 12월29일 ‘언론과의 만남(Meet the Press)’에 출연해 핵 무장을 한 북한과 같이 살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는 “두세 개의 핵 무기를 더 가져서 그들이 무엇을 하겠다는 것입니까?(What are they going to do with another two on three nuclear weapons?)”라면서 “몇 개를 더 가지게 된다면, 정말 몇 개를 더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If they have a few more, they have a few more)”라고 말했습니다.

무엇이 문제라는 겁니까? 핵 보유국인 중국에 대해서도 참고 있는데, 우리의 핵 우산 아래에서 북한이 핵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말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제가 보기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가능합니다. 만약 북한이 핵 무장을 한다면 일본과 남한도 핵을 갖게 될 것입니다. 일본 우파 내에는 핵 무기 프로그램을 강력히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이제는 사상 처음으로 공공연하게 지지 발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은 민간 핵과 우주 개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미사일과 더불어 하루 아침에 세계 수준급으로 전환시킬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일본이 정말 핵 무장을 하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이 옳은 행동을 하도록 우리가 왜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지 몇 가지 더 분명한 이유를 제시해 보겠습니다.

북한이 미국에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들은 식량을 원합니다. 그들의 에너지 위기를 해소할 도움을 청하고 있습니다. 관계 정상화란 우리가 대북한 경제 제재를 풀고, 여러 방면의 지원 기구에 북한이 가입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장애물을 치우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단 북한이 세계은행이나 아시아 개발은행의 지원을 받게 되면, 그들은 광업과 수송망을 재건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우리에게 요청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영구히 식량 원조를 받지 않아도 되는 농업 현대화에 필요한 지원을 원합니다.

이러한 도움은 미국의 국익에도 부합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경제 문제가 풀려 북한이 안정을 되찾게 되면 동북 아시아의 안정에도 좋기 때문입니다. 한국과 일본은 수백만 명의 난민을 발생시키고, 값비싼 통일 후 재건 비용을 필요로 할 북한의 붕괴를 원치 않습니다.

서울에는 이제 새로운 노무현 대통령이 탄생했습니다. 대북 포용 정책을 약속한 대통령입니다. 지금 우리는 불장난을 하듯이 선제 공격이라는 한 방향으로만 가고 있고, 서울은 다른 방향, 즉 화해와 통일을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미 행정부 정책의 기조는 ‘우리가 북한을 필요로 하는 것보다 북한이 우리를 더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이며, 따라서 미국이 의제와 조건을 정하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평양의 정치적 현실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에 화를 자초하는 것입니다.

북한은 작고, 가난하며 공격받기 쉬운 위치에 있기 때문에 더욱 강렬한 자존심과 민족주의로 무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자존심은 그들에게 남은 전부이며, 김정일은 미국, 한국, 일본에 개방을 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그의 국내 정치적 위상을 손상시키면서까지 서방 국가의 압력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매우 위험한 시기에 있습니다. 북한은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필사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가 군사적 대결 국면으로 갈 경우 제3국에 플루토늄을 수출하겠다고 위협하면서 말입니다. 워싱턴은 북한의 해상을 통한 플루토늄 수출 저지 방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저는 한국 정부가 압력을 넣어 부시 대통령이 한 발짝 물러서기를 바랍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리고 핵 문제를 끝내기 위해 미국이 북한을 전쟁으로 몰고 간다면, 3만 7천 명의 주한미군, 한국 국민들뿐만 아니라 일본에까지 엄청난 재앙을 초래할 것입니다.

북한은 이미 일본과 주일 미군 기지를 사정권에 둔 노동 미사일을 실전 배치했으며, 페리 전 대북정책조정관의 말처럼, 미국이 전쟁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 미사일들이 전쟁 억지를 도모하는 데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시험하기보다는, 에너지, 식량, 신뢰할 수준의 안전 보장, 북한의 정권 교체를 꾀하지 않겠다는 선언 등과 연계하여 북한 핵 무기 및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을 끝낼 협상을 벌이는 것이 보다 합리적일 것입니다. 저의 견해로는 우리가 북한의 요구에 “예스”라고 답하기만 한다면, 그들은 협상을 할 충분한 준비를 할 것입니다.

KISO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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