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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쩌둥 40주기…천안문 참배객도 기일인 줄 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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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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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중국 베이징의 한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이 마오쩌둥의 초상화를 감상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8일 오전 9시 베이징 천안문광장의 마오쩌둥(毛澤東)기념당. 마오의 시신이 안치된 이 곳을 찾은 참배객들은 지방에서 온 여행객 차림이 대부분이었다. 저장(浙江)성 이우(義烏)에서 며느리·손녀와 함께 온 왕핑(王坪)은 “베이징 여행길에 천안문 국기 게양식을 보고 마오 주석에 참배하는 건 필수 코스”라고 말했다. 하지만 바로 이튿날인 9일이 40주기인 줄은 모르고 있었다. 기념당 앞에서 한 송이 3위안(500원)씩 노란 국화 생화를 파는 직원은 “지난해보다 참배객이 약간 줄었다”며 “내일 40주년 기일에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기념당 직원은 “평소엔 오전에만 참배객을 받지만 기일에는 오후 4시까지 개방하는 게 다를 뿐 특별한 행사가 예정된 건 없다”고 전했다.

사진집 발간이 유일한 공식 활동
‘영웅’ ‘비극 이끈 인물’ 평가 갈려

중국 공산당·정부는 공식 기념활동으로 국영 인민출판사에서 『마오쩌둥 고전 사진집』을 펴냈다. 출판사 측은 엄선된 480장 가운데 10여장은 미공개 사진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8일 오전까지 국영 신화서점에 출시되진 않은 상태다. 지난 3일 허베이성 탕산(唐山)에서 말년의 마오를 보좌했던 비서 장위펑(張玉鳳)이 참석한 가운데 마오의 시를 낭송하는 모임을 가진 것을 포함, 지방 에서 추모 행사가 열렸지만 규모가 크진 않았다.

이는 역대 지도자들의 생일을 10년단위로 기념하는 것과 달리 기일은 그냥 넘어가는 중국 당·정부의 관행과 관련이 있다. 10년전 30주기에도 특별한 기념행사는 없었다. 반면 2013년 12월 26일 마오 탄생 120주년 행사는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 등 상무위원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거행됐다.

중국에서 마오는 중국을 봉건 압제와 외세 침략에서 해방시킨 영웅으로 떠받들여진다. 마오에 대한 민간 신앙도 퍼져 있다. 산둥성에서 온 30대 남성은 “마오 주석 기념품을 몸에 지니면 행운과 재운이 따른다”며 기념품 판매대를 기웃거렸다. 동시에 마오가 중국을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의 비극으로 이끌어갔고 종국에는 1인 우상화의 폐단을 남긴 과오도 중국인들은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은 “공(功)이 과(過)를 덮는다”는 명쾌한 ‘모범 답안’을 만들어냈다. 마오의 초상이 여전히 천안문 광장에 걸려 있고 영구 보존 처리된 그의 시신이 아직도 중국의 심장부를 지키고 있는 이유다.

현 권력자 시 주석은 마오가 이끈 문화혁명의 피해자다. 학업에 열중해야 할 시절을 송두리째 빼앗겼고 부친이 정치적 박해를 받는 바람에 온 가족이 수난을 겪었다. 하지만 시 주석의 통치 방식이나 철학은 개혁개방 이후의 다른 지도자들에 비해 마오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부패 정풍운동과 기율 강화를 통해 당 내부와 군부·언론까지 완전 장악해 가는 과정은 ‘마오의 재래’에 비유될 정도다. 최근 국유기업 개혁 등 현안에서 시장경제 요소를 더 과감히 도입하려는 개혁파와 대립 양상을 보이는 경제노선에서도 사회주의 원칙을 고수하려는 성향이 짙다는 평가다.

베이징=예영준·신경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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