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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글로컬] 서울 곳곳 불법 주·정차 버스에 몸살…시·구청은 해법 입씨름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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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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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기
사회2부 기자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 항일 시인 ‘윤동주 시인의 언덕’이 있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이 일대는 주민들 사이에서 ‘윤동주 시인의 주차장’으로 통한다. 끝을 모르게 이어진 불법 주·정차 관광버스 행렬 때문이다. 창의문에서 경복고로 향하는 500m 구간은 관광버스로 늘 만원이다. 이곳을 운행하는 시내버스들은 불법 주·정차 탓에 정류장이 아닌 도로 한가운데에서 승객을 태운다.

서울 광화문과 을지로, 동대문 등 시내 주요 도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수치로도 확인된다. 관광객이 몰리는 서울 종로구와 중구의 경우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불법 주·정차 관광버스 단속건수가 5560건에 달한다. 지난해 전체 단속건수(5400건)를 이미 넘어섰다.

서울시와 관련 자치구들은 단속강화를 외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서울시 등록 관광버스는 3640대지만, 서울 도심권(종로·중·용산구)엔 582면의 관광버스 주차공간이 있을 뿐이다.

불법 주·정차를 했다가 적발돼도 과태료 5만원만 내면 된다. 시내 면세점이나 관광객 대상 상점이 과태료를 대납해준다는 건 이미 ‘상식’이다.

주차공간을 늘리는 것 말고는 사실상 해법이 없다. 서울 중구청은 삼일로(퇴계로~을지로) 지하 공간에 관광버스 160여 대가 들어가는 주차장을 만들자는 제안을 2013년 서울시에 내놓았다. 서울시는 대형 지하 주차장보다 관광지 주변에 중소 규모의 주차장 여러 개를 짓는 게 낫다며 중구와 3년째 갑론을박이다.

당장 주차장을 짓기 어렵다면 과태료를 올리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어떤 식이든 이젠 대책을 내놓을 때다. 관광객 못지않게 시민도 중요하다.

이수기 사회2부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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