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위공무원 잇달아 구속|검찰 단속령이후 곳곳서 드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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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비위공무원에 대한 검찰의 단속령이 내려진 가운데 10대소녀 절도피의자를 강제추행·폭행하고 달아난 형사에게 사전구속영장이 신청되고 고리채인 달러빚 돈놀이를 하면서 채무자가족을 불법감금하고 사기범으로 몰아 구속시킨 현직경찰관이 검찰의 조사를 받는 등 경찰의 비위사실이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
또 청소원으로 취직시켜 주겠다며 금품을 받은 구청공무원 5명이 구속되는 등 민원부서 공무원들의 부조리가 잇따르고 있다.
검찰은 지난 26일부터 개헌정국을 틈탄 민원부서 공무원들의 부조리사건을 안보적 차원에서 척결하고 있으며 그동안 해상강도단으로부터 사례금을 받은 수사경찰관 3명, 교통사고처리를 둘러싸고 금품을 받은 파출소장 등 현직경찰관 4명을 구속했으며 교사신축공사·주유소허가를 둘러싸고 금품을 받은 서울 관악구청과장 등 2명을 구속했었다.
◇소녀폭행=서울지검 북부지청 김성준 검사는 30일 불구속처리를 미끼로 10대절도피의자 소녀를 추행하고 달아난 서울태능경찰서 신동영 순경(40)을 전국에 지명수배하는 한편 위계에 의한 간음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신순경은 지난 4월5일 하오7시30분쯤 서울 공릉시장안 정육점에서 친구와 함께 시장에 왔던 신모양(18·여고2년중퇴 서울마천동)이 정육점의 소시지3개(시가 3천9백원)를 훔치다 주인에게 들켜 절도혐의로 연행되자 『말을 잘 들으면 불구속 입건시켜주겠다』며 형사계 당직실 골방으로 데리고 들어가 옷을 벗도록 한뒤 10여분동안 추행하다 신양이 반항하자 데리고 나와 형사보호실에 가두었다. 신순경은 신양이 전과가 없는 미성년자이고 훔친 액수가 적어 관례상 불구속 처리될 것을 알고도 강제추행을 하고는 이틀 뒤인 7일 검찰의 불구속 지휘로 신양이 풀려나자 『내가 힘쓴 덕에 풀려난 것』이라며 신양을 인근 음식점으로 데려가 다시 추행하려다 반항하자 은혜를 모른다며 욕설을 퍼붓고 얼굴 등을 때린 뒤 『말을 안 들으면 재미없다』고 위협, 경찰서에서 1km쯤 떨어진 D호텔로 데려가 욕보인 혐의를 받고 있다. 신양은 이때의 충격으로 가출, 서울중화동 다방종업원으로 일해왔으나 지난 5일 신순경이 다방을 찾아가 『다른 업소에 취업시켜 줄테니 함께 살자』고 괴롭히자 신순경을 검찰에 고소했다.
신순경은 서울 K고를 졸업, 73년8월 경찰에 들어가 지난해 7월부터 태능경찰서 형사계에서 근무해왔으며 검찰의 조사를 받게되자 달아났다.
◇채무자감금=서울지검 동부지청은 30일 서울서대문경찰서 이모순경(36)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혐의(불법체포·감금)로 조사하고 있다.
이순경은 2년6개월전 이상화씨(32·의류도매업·서울행당동317)에게 부인이 빌러준 달러빚 1천5백만원의 남은 원리금 4천8백여만원을 받기 위해 지난 12일 밤11시쯤 친척 김모씨(28)등 2명을 시켜 이씨와 이씨의 부인 한향숙씨(34)·아들(5)등 일가족3명을 자신의 개포동아파트로 끌고가 14일 상오10시까지 친척 김씨 등과 함께 부근 양재동 여관등지로 다니며 『장인·형제들이 대신 빚을 갚겠다는 채무변제 각서를 쓰라』고 요구하고 이씨가 이를 거절하자 이씨를 폭행, 전치1주의 상처를 입힌 혐의를 받고있다.
『아무런 변제의사 능력없이 4천8백만원을 빌어 갚지 않고 가로챘다』고 고소, 돈을 빈 당사자인 부인 한씨를 16일 사기혐의로 구속시켰다는 것. 이씨는 24일 상해진단서를 떼 강남경찰서에 이순경을 불법감금 등 혐의로 고소했으며 27일 부인의 사기혐의 사건을 송치 받은 서울지검 동부지청에도 이순경에게 그동안 온라인을 통해 1천2백61만원의 빚을 갚은 입금영수증을 증거물로 제출했다.
한편 이순경은 『지난12일 이씨가 가족을 아파트 앞에서 만나 빚독촉을 했으나 폭행한 사실은 없다』고 말하고있다.
◇서울남부경찰서는 30일 청소원으로 취직시켜주겠다며 1백만원을 받은 서울구로구청 청소과 9급직원 강태원씨(46·쓰레기통제담당)를 뇌물수수혐의로, 부수입이 없는 청소지역으로 보내겠다고 위협, 가로청소원 5명으로부터 매달2만∼3만원씩 9개월동안 모두 2백여만원을 상납받아온 구로구청 청소과 청소원조장 송기태씨 (40·잡급직)를 배임수재및 공갈혐의로 각각 구속하고 강태호씨(49)를 공갈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뇌물을 준 유모씨 등 9명을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불구속 입건했다.
한편 영등포경찰서는 30일 가판대를 설치하게 해주겠다며 과일노점상 2명으로부터 80여만원을 받은 영등포구청청소과 청소원 변재성씨(34)를 알선수뢰혐의로 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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