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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째 같은 전술, 안 통하는 슈틸리케 마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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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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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시리아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2차전에서 졸전 끝에 무승부에 그친 슈틸리케 한국 감독. 흠뻑 젖은 그의 셔츠처럼 한국축구는 진땀 승부를 이어가고 있다. [세렘반(말레이시아)=뉴시스]

울리 슈틸리케(62·독일) 축구대표팀 감독의 별명은 ‘갓틸리케’다. 그의 성(姓) 앞에 신을 뜻하는 ‘갓(God)’을 붙여 만든 신조어다. 2014년 10월 한국축구 지휘봉을 잡은 슈틸리케 감독은 이듬해 아시안컵 준우승과 동아시안컵 우승을 이끌었다. 같은 기간 A매치 전적은 16승3무1패로 승률이 80%나 됐다. 그랬던 슈틸리케호(號)가 흔들리고 있다. 부임 이후 만 2년을 앞둔 슈틸리케 감독이 커다란 도전에 직면한 것이다.

컨디션 안좋은 해외파 고집하고
어느 팀 만나도 4-2-3-1 포메이션
공격패턴 노출 상대 수비 못 뚫어

한국은 6일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5위 시리아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2차전에서 무기력한 경기 끝에 득점없이 비겼다. 지난 1일 중국과의 홈 1차전에서 3-2로 진땀승을 거둔 데 이어 또 한 번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우즈베키스탄(2승)에 조 선두를 내줬고, 이란(1승1무)에는 골득실에 뒤져 조 3위까지 떨어졌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문제는 뭘까. 전문가들은 슈틸리케 감독의 단조로운 용병술을 지적했다. 안정환(40) MBC 해설위원은 “시리아의 밀집 수비와 침대축구는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다. 공격 루트를 더욱 다양하게 준비했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감독으로 한국의 16강행을 이끈 허정무(61) 프로축구연맹 부총재는 “수비 지역에서 쓸 데 없는 횡패스와 백패스가 너무 많았다. 세트피스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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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미국 월드컵대표팀 감독을 지낸 김호(72) 용인 FC 총감독은 “슈틸리케 감독은 4-2-3-1 포메이션만 고집한다. 최종예선 1·2차전에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지동원(25·아우크스부르크)은 정통 스트라이커가 아닌 만큼 체격이 좋은 시리아 수비를 상대로 투톱을 활용하는 방안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준희(46) KBS 해설위원도 “슈틸리케호의 공격 패턴은 중앙 미드필더 기성용(27·스완지시티)이 측면으로 연결해주면 손흥민(24·토트넘)이 우당탕탕 돌파한 뒤 구자철(27·아우크스부르크) 등이 골을 넣는 것”이라면서 “2년째 세부전술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분석했다.

선수단 운영 방식도 논란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엔트리를 23명으로 구성할 수 있는데도 20명만 뽑았다. 석현준(25·트라브존스포르)은 소속팀 적응을 위해 아예 뽑지 않았고, 손흥민은 중국전에서 활용한 뒤 소속팀 요청으로 돌려보냈다. “선수들을 배려한 것”이라는 설명을 내놓았지만 오판이자 오만이었다. 공격수 황의조(24·성남)를 뒤늦게 뽑았지만 막상 시리아전에는 조커로 쓸만한 선수가 없어 2명만 교체 투입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꾸준히 국내 프로축구 K리그 경기장을 돌아다녀 ‘암행어사’라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대표팀 명단은 컨디션이 안좋은 유럽파와 중국파·중동파 등 해외파 위주로 채웠다. K리거는 이재성(24·전북) 등 4명 뿐이었다.

이천수(35) JTBC 해설위원은 “슈틸리케 감독이 몸상태가 좋은 K리거들을 중용할 필요가 있다. 유럽파 선수들도 소속팀 주전경쟁을 이겨내고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K리그에서 제3의 전성기를 구가 중인 공격수 박주영(31·서울)이나 키 1m97cm의 장신 공격수 김신욱(28·전북) 등을 뽑아 선수 구성을 다변화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선수단 체력 관리도 문제다. 한 위원은 “선수들이 중국전에선 후반 20분 이후 체력이 뚝 떨어졌다. 시리아전에서도 경기 내내 체력에 문제를 보였다”면서 “카를로스 아르무아(67·스페인) 코치가 피지컬 코치를 병행하는데, 선수들의 체력과 컨디션을 전문적으로 관리할 피지컬 코치 발탁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종예선 3·4차전 상대팀 카타르와 이란은 침대축구로 악명 높다. 안 위원은 “침대축구는 농구의 작전타임처럼 흐름을 끊는 특징이 있다. 그라운드에서 베테랑 선수가 심판에 적극 항의하고, 공격 흐름을 이어갈 수 있도록 분위기를 잡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송지훈·박린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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