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1회 징크스' 답답한 서재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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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9회부터'라지만 서재응(26.뉴욕 메츠)에게는 '야구는 1회부터'다. 최근 여섯경기에서 다섯차례나 '소나기' 안타를 맞으며 1회에 실점했기 때문이다.

서재응은 24일(한국시간) 몬트리올 엑스포스와의 원정경기에서도 1회에만 내리 5실점하며 '1회 징크스'를 여실히 드러냈다. 1회에 상대한 9명의 타자 중 6명에게 안타를 얻어맞았다.

2회부터 5회까지는 무실점으로 막았지만 팀이 2-5로 져 패전투수가 됐다. 5이닝 동안 8피안타.5삼진.1볼넷.5실점으로 5연패 늪에 빠져 5승7패가 됐고, 방어율은 4.05로 성큼 올라갔다.

지난달 18일, 4연승으로 시즌 5승째를 올릴 때만 해도 서재응은 1회에 더욱 '위풍당당'했다. 13경기 연속 1회 무실점을 기록할 정도였다.

당시 올시즌 메이저리그의 1회 무실점 연속 기록은 마이크 무시나(뉴욕 양키스)의 15경기였다. 서재응은 두 게임 차로 기록 경신에 바짝 다가서 있었다. 그러던 서재응이 1회에 계속 무너지며 연패의 늪에 빠진 것이다. '시작이 반'이란 속담처럼.

전문가들은 '1회 징크스'의 원인으로 크게 ▶상대의 상위타선이 단조로운 공 배합을 알아차렸기 때문▶승리투수를 의식해 초반부터 전력투구하지 않은 것을 지적했다.

투수 출신인 MBC-ESPN 차명석 해설위원은 "서재응이 메이저리그를 밟은 지 벌써 5개월째로 엑스포스는 네번째 맞서는 팀이었다"며 "엑스포스 선수들은 포심 패스트볼과 체인지업 위주의 단조로운 볼 배합을 이미 꿰뚫고 있었다"고 말했다.

차위원은 "2회부터 5회까지 실점하지 않았지만 본질적으로는 1회처럼 약점을 안은 공을 던졌다"며 "최고 시속 1백50㎞를 넘지 못하는 서재응에게 절실한 것은 다양한 구질의 개발"이라고 말했다.

서재응은 지난 20일부터 투심 패스트볼을 익히고 있다. 그러나 섣부른 '장착'은 위험하다는 지적이 많다.

'투수 조련사'로 불리는 김성근 전 LG 감독은 "투수가 새로운 승부구를 익히는 데는 넉넉잡아 2~3년이 걸린다"며 서재응에게 '신인다운 겸손함'과 함께 '멀리 내다볼 것'을 주문했다. 김감독은 또 "마음을 비우고 던지던 시즌 초반을 잊어선 안된다. 스타의식이나 체력안배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며 '1회 징크스'의 해법을 내놓았다.

한편 '핵 잠수함'김병현(24.보스턴 레드삭스)은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탬파베이전에서 10-4로 앞서던 9회초 등판, 삼자범퇴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점수차가 커 세이브를 기록하진 못했지만 11경기 연속 무자책점 행진을 이어갔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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