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입시] “인공지능 시대엔 창조성·감성 풍부한 콘텐트 기획자가 유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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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기야마 도모유키 학장(오른쪽 첫째)이 ‘첨단 미디어를 활용한 콘텐트 개발’ 수업에서 학생들이 제작한 드론을 보고 있다. [사진 디지털할리우드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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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기야마 도모유키 학장

정부와 기업이 새로운 시대의 흐름에 대처하기 위해 비상이 걸렸다. 삼성전자와 네이버 등 7곳은 지난 7월 인공지능(AI) 개발을 위해 지능정보기술연구원(AIRI)을 만들었다. 정부도 인공지능·증강현실·가상현실 등 미래 산업 육성을 위해 10년간 2조2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인터뷰] 일본 디지털할리우드대 학장 스기야마 도모유키

교육 방식도 바뀐다. 2018년부터 초·중·고에서 코딩 교육이 의무화된다. 코딩 교육은 매일 사용하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컴퓨터 등의 원리를 가르치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의사·변호사·회계사 등 전문직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컴퓨터에 의한 영상처리(CG), 가상현실 분야에서 ‘디지털 콘텐트 크리에이터’를 양성해 온 일본 디지털할리우드대학교 스기야마 도모유키 학장에게서 인공지능 시대에 대비하는 진로 선택과 대처법에 대해 들어봤다.

인공지능 두려워 말고 협업
새로운 것 생각하는 습관
영어 기본, 제2 외국어 필요

인공지능 시대엔 어떤 직종이 인기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나.
“구체적인 직종보다 전체적인 흐름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인공지능 시대에 가장 경쟁력을 갖게 될 직종은 크게 세 가지 정도의 조건이 필요하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창조력을 활용하는 일이다. 다음으로는 인간 특유의 감성을 녹여낼 수 있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일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시장 조사 및 수요 예측을 통해 새로운 콘텐트를 만들어내는 ‘콘텐트 기획자’ 등이 미래의 직종이 될 것이다. 인간의 창조력과 감성을 활용해 인공지능과 협업할 수 있는 일도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미래 주요 직종이 될 것이다.”
대학을 고르는 기준도 달라질 것 같다.
“대학의 간판보다 실력이 중요해지는 시대가 될 것이다. 무조건 학교 이름만 보고 진학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좋지 않은 선택이다. 비슷한 내용을 가르치고 있는 대학이 많지만 모두 다 같은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이 목표로 하는 분야에 맞는 교육을 하는 대학을 찾아야 한다. 자신의 진로에 맞게 교육하는 곳인지, 취업과 창업에 대한 지원이 탄탄한 곳인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최신 경향에 뒤처지지 않도록 커리큘럼이 유연하게 변형되고, 현장에서 활약하는 전문가에게 배울 수 있는 대학이라면 전문지식을 쌓고 미래를 설계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의 진로 선택 방향은.
“최근 한국에서 프로그래밍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프로그래밍이나 인공지능에 대한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다. 앞으로 진로 선택의 핵심 포인트는 ‘창조’가 될 것이다. 빅데이터 너머에 있는 예술과 창조 영역은 인공지능도 쉽게 넘보지 못한다. 따라서 인간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 특출한 분야의 창조자가 되면 된다. 새로운 이론과 새로운 양식·기술·유행·플랫폼·작품 등 인간이 창조할 수 있는 것은 방대하다. 인공지능은 두려워해야 하는 존재가 아닌 공존해 나가야 할 존재다. 인공지능과 협업할 때 인간이 인공지능을 개발한 진정한 의미가 있다. ”
진로를 선택했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어떤 분야에 진출하더라도 인공지능 시대 그리고 국경 없는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 희망하는 분야의 공부를 집중적으로 하되, 간단한 프로그래밍 지식 정도는 갖고 있는 것이 좋다. 전공 분야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는 법을 연구해보고, 적용까지 해볼 수 있다면 더욱 좋다. 인공지능 시대는 결국 아이디어의 싸움이다. 아이디어 노트를 만들어 늘 새로운 것을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 놓는다면 도움이 된다. 외국어의 경우 영어를 기본으로 특기라고 할 수 있을 만한 제2 외국어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전공을 활용할 수 있는 국가나 자신이 진출하고 싶은 국가에 통용되는 언어라면 더 좋다.”
디지털할리우드대를 소개해 달라.
“처음엔 사회인을 대상으로 전문학교를 운영했다. 법률 개정으로 주식회사도 대학운영에 도전할 수 있게 되면서 일본 정부로부터 정식 인가를 받아 2004년 디지털할리우드대학원, 2005년 디지털할리우드대학을 개교했다. 대학명에 ‘디지털’이라는 말이 있어 한국에서는 종종 오해를 사지만 학위가 수여되는 정규 4년제 대학과 2년제 대학원이다. 주식회사가 운영하는 대학의 경우 업계 네트워크가 많다는 것이 강점이다.”
어떤 인재를 양성하나.
“많은 대학이 ‘업계에 공헌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다르다. 디지털할리우드대는 ‘업계에 공헌할 수 있는 인재가 아닌, 업계를 완전히 뒤바꿀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디지털 분야에서의 경쟁력은 과거의 답습이 아닌 창조에서부터 온다. ‘단순한 기술자’를 만들기보다 ‘생각하는 크리에이터’를 양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세상을 뒤흔들 만한 새로운 것, 이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은 결국 ‘생각하는 힘’에서부터 비롯된다. 디지털 콘텐트 분야에는 국경이 없기 때문에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인재’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넓히고 4년 후 자신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계획하기 위해 입학과 동시에 미국 등으로 해외 견학을 떠난다. 레벨 테스트를 통해 자신의 실력에 맞는 클래스에서 영어 실력을 쌓기 위한 수업도 진행한다. 미국·영국·캐나다 등 제휴 대학에 6개월에서 1년 동안 단기 유학을 다녀올 수도 있다.”
◆스기야마 도모유키 학장=1954년 일본 도쿄 출생의 공학박사. 87년부터 MIT 미디어랩에서 3년간 객원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94년 ㈜디지털할리우드를 설립했다. 2004년 디지털할리우드대학원, 2005년 디지털할리우드대학을 개교했다.

강태우 기자 kang.tae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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