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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최종예선 시리아전 0-0 무승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한민국은 왜 중동 축구만 만나면 고전을 면치 못하는가. 한국대표팀 울리 슈틸리케(62·독일) 감독도 이 의문을 풀어주지 못했다.

경기 전 슈틸리케 감독은 자신만만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48위와 105위의 대결이다.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려는 건 아니지만, 랭킹에 어울리는 결과가 나올 거라 믿는다."

슈틸리케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모든 준비를 마쳤다"며 속시원한 승리를 자신했다.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초반 두 경기를 무패(1승1무)로 마무리했지만 누구도 활짝 웃지 못했다. 스트라이커는 없었고, 상대팀에 대한 분석도 부족했다. 여기에 이렇다할 전술도 없는 '3무(無) 축구'가 경기 내내 이어졌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에 도전하는 한국은 약체 시리아와 비기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FIFA랭킹 48위 한국은 6일 말레이시아 세렘반의 툰쿠 압둘 라만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리아(105위)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2차전에서 득점 없이 0-0으로 비겼다. 90분 내내 일방적인 우세를 이어갔지만 기대했던 소나기골은 없었다. 전반에는 상대의 밀집 수비를 뚫지 못해 우왕좌왕했고, 후반에는 급격한 체력저하로 고전했다. 슈팅은 부정확했고, 골대 안쪽으로 날아간 슈팅은 골키퍼의 선방에 가로막혔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뒤 우리 선수들은 가쁜 숨을 내쉬며 고개를 떨궜다.

슈틸리케호의 여러가지 문제점이 시리아전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무엇보다도 후반 체력 저하 현상이 심각했다. 기성용(27·스완지시티)·이청용(28·크리스탈 팰리스) 등 대표팀의 주축을 이루는 유럽파 선수들의 경우 체력과 경기 감각이 온전치 않았다.

선수가 모자라는 것도 문제였다. '20인 미니 스쿼드'로 경기를 치르다보니 쓸 만한 교체 멤버가 부족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2연전을 앞두고 23명의 엔트리중에서 세 자리를 비웠다. 대표팀 명단 발표 기자회견 당시 그는 "어차피 경기를 뛰는 건 선발 멤버 11명과 교체 선수 3명을 합친 14명이다. 부상자를 감안하더라도 20명이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선수 추가 발탁의 기회가 있었지만 외면했다. 손흥민(24·토트넘)이 지난 1일 중국전(3-2승)을 마치고 소속팀에 돌아가 엔트리가 19명으로 줄자 그제서야 스트라이커 황의조(24·성남)를 뽑았다. 바꿀 선수가 부족하다보니 선발 멤버들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졌다. 시즌 중이라 상대적으로 컨디션이 좋은 K리거들을 추가 발탁해 23명을 모두 채웠다면 선수단 운용이 한결 쉬웠을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분석도 미흡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시리아전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근 시리아와의 경기를 분석해보니 결코 수비적인 팀이 아니었다. 중국보다는 공격적이었다"면서 "중국전보다 치열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본 시리아는 딴판이었다. 5백을 중심으로 밀집수비를 펼쳤고, 툭하면 그라운드에 드러누워 시간을 끌었다. 치고 받는 공방전이 될 것으로 보고 공격 못지 않게 수비에도 신경을 쓴 슈틸리케 감독은 허를 찔린 셈이 됐다.

전술은 무뎠다. 슈틸리케 감독이 공언한 '직선적인 축구'는 없었다. 상대 수비라인의 뒷공간을 허무는 순간적인 침투와 정확한 스루패스로 득점 찬스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그라운드에서 구현되지 않았다. 돌파는 단순했고, 패스는 뻔했다. 중원을 활용하는 침투패스가 사라지다보니 단조로운 측면 돌파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몸이 무거워진 선수들에겐 그마저도 버거웠다.

한국은 다음달 6일 홈에서 카타르와, 11일에 원정에서 이란과 각각 최종예선 3·4차전을 치른다. 상대전적에서 최근 3연패를 포함해 9승7무12패로 열세인 이란전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특히 한국은 이란 원정에서 2무4패로 절대적인 열세다. A조의 중국은 이란과의 홈경기에서 0-0으로 비겼다. B조에서는 일본이 원정에서 태국을 2-0으로 꺾고 1패 뒤 첫 승을 거뒀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원정에서 이라크에 2-1 역전승을 거두고 2연승을 달렸다.

송지훈·박린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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