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 「출퇴근치료」뿌리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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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적극적 사고방식」,「또 다른 자기발견」-.여남은 명의 남자들이 차분한 자세로 한 자 한자 화선지를 메워 나간다. 다른 방에서는 여자들이 옹기종기 모여 수를 놓거나 뜨개질을 한다. 21일 상오 서울 중곡동 국립서울정신병원 특기활동실.
이들은 일과시간에만 정신질환치료를 받는 낮 병원(day hospital)의 환자들.
현대의 사회구조가 복잡해지면서 정신적인 압박을 스스로 이기지 못해 조울증·히스테리·노이로제·정신분열중등 비교적 가벼운 정신질환자들이 놀고있다.
폐쇄된 방에 입원시키고 치료하는 재래식의 정신질환치료가 이들 환자에게는 적합지 않아 새로운 개방적인 치료시스템이 개발돼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76년 처음 개설돼 현재 28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는 이 병원의 낮 병원은 환자가 병원에 수용돼 치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마치 직장이나 학교에 가듯 출퇴근(?)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일과는 평일의 경우 상오 9시30분부터 하오 5시까지, 토요일은 낮 12시 30분까지.
오전일과는 국민체조로 시작해 그룹 토론·독서·문예·서예·공예·공작·체육활동을 요일별로 진행하고, 점심은 가져온 재료로 식사당번을 정해 스스로 해결한다.
오후일과는 포크 댄스로 시작되어 역시 요일별로 음악·미술·사이코 드라마·영화(VTR관람)·전체회의 등이 진행된다., 이 병원 김유광 의료부장은 『낮 병원의 운영목적이 환자의 사회복귀촉진·치료 효과증대·치료비 절감 등에 있다』고 강조했다.
정신질환자를 무턱대고 격리수용해 치료할 경우 사회적으로 고립, 사회복귀가 어렵지만 출퇴근제는. 심리적인 저항감과 수치감·열등감·좌절감동이, 줄어들고, 가족·친지들과 계속적인 교류가 가능해 사회복귀가 손쉽다는 것.
아울러 자발적인 각종 특기·활동과 작업을 올해 스스로 하나의 일을 성취할 수 있다는 자신감·자존심·성취감을 맛보게 되고, 동료환자들과의 공동작업·토론·야유회 등을 올해 공동체의식이 형성돼 병세호전에도 결정적인 작용을 하게 된다.
낮 병원의 운영책임자인 장동원 특수치료과장은 『낮 병원에 입원했던 환자의 70%가 병세호전으로 사회에 복귀, 정상적인 생업활동에 종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낮 병원 환자를 대표하는 이모씨(34·전회사원)는 『조울증세로 고생하다가 7개월째 낮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데 최근에는 증세 호전되고 있음을 스스로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낮 병원의 또 다른 이점은 치료비용이 싸다는 점. 국립 서울정신병원의 경우 낮 병원 입원비는 월7만5천원으로 격리입원비의 6분의1정도밖에 안 된다.
그러나 모든 정신질환자에게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 낮 병원치료방식의 단점이다.
실제로 자살기도나 대인폭력의 가능성이 있는 난폭한 환자나 반사회적 성향의 환자·지능이 아주 낮은 환자(IQ 70이하)·뇌손상이나 만성뇌증후군환자·알콜 중독자 등은 수용이 불가능하다. 현재 국내에서 낮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곳은 70년대 초 처음으로 개설된 성요한 병원(광주)을 비롯, 서울대병원·국립서울정신병원·이대부속병원·용인정신병원·서울백제병원등 6곳이고 연대세브란스병원등 일부 대학병원에서 준 낮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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