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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이웃사촌 갈라놓은 손바닥만한 땅 송사 2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담장하나를 사이에 둔 10년지기의 이웃집끼리 원고지 한장반정도 넓이의 땅 때문에 1년 반동안 치열한 법정싸움을 벌이고있다.
시비가 된 땅은 서울 익선동 두집의 경계선 담장으로 0. 07평방m(0. 02평). 담배 15갑을 펼쳐 놓을수 있는 넓이다.
송사를 벌이고 있는 두집안은 담장을 마주하고10년 넘게 한식구처럼 친하게 지내다 이 땅 때문에 서로 앙숙처럼 멀어졌다.
또 소송비용이 훨씬 더 들었지만 이젠 감정·오기까지 겹친데다 1,2심에서 엇갈린 판결로 1승1패를 기록하는 바람에 서로 한발도 물러설수 없는 처지로 주위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있다.
땅 싸움의 발단은 84년 여름 장마로 시작됐다.
빗물이 최성화씨(32·회사원·익선동 120)집안으로 새어들어 벽과 세간 살림일부를 적셔버렸다. 최씨는 그 원인이 바로 이웃인 홍선미씨(55·여·익선동 121)의 담장이 개축과정에서 바싹 자기집쪽으로 붙여졌기 때문이라고 판단, 홍씨에게 담장일부(길이110, 두께 15cm쯤)한뼘쯤 뒤로 물러줄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홍씨는 『개축한일이 없고 10년이 넘도록 살았는데 갑자기 무슨 소리냐』고 .이를 거절했다.
평소 홍씨가 최씨의 아기를 업어주는등 절친했던 사이여서 두집안은 처음에는 가벼운 말씨름 정도였으나 차츰 감정싸움으로 번져버린것.
최씨는 지적도 조사를 한뒤 홍씨집 담장이 자기집땅을 침범했다며 84년 11월하순 홍씨집을 상대로 「담장철거및 토지반환」소송을 서울민사지법에 냈다.
재판이 진행되자 홍씨는 감정사 정모씨에게 감정을 의뢰, 『침범한 것으로 볼수 없다』는 감정소견서를 재판부에 냈다.
1심 재판부도 별도로 감정을 의뢰한 결과 높이 1백10cm 밑변 15cm쯤의 삼각형 땅만큼 홍씨가 더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으나『이를 침범했다고 보기 힘들다』고 85년 7월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폭 15cm의 땅은 내무부 공인지적도인 축척 6백분의1 도면상에서 0.25mm굵기의 선으로밖에 나타나지 않으므로 지적도의 오차 허용치 0.3mm가 (실측거리 18cm)보다 적어 이를 침범했다고 볼수 없다』는 홍씨의 주장을 받아들인것. 이과정에서 원고 최씨는 홍씨측 감정사 정씨가 일방적으로 홍씨에게 유리한 감정을 했다며 경찰에 고소했으나 감정사 정씨는『의도적인 조작이 없었다』는 이유로 무혐의처분을 받았다.
원고 최씨가 항소하자 2심 재판부는 대한지적협회에 감정인 추천을 의뢰해 밑변 14cm, 높이 1백10cm의 삼각형 땅넓이 0.07평방m를 피고 홍씨측이 침범했다는 결론을 통보받았다. 그러자 2심 재판부는 지난16일『도면상 침범한 부분이 드러났다면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1심 판결을 뒤엎고 원고 최씨의 승소판결을 내린것. 재판부가 양측의 화해를 종용했으나 서로 막무가내로 『법대로 해달라』고 주장할 뿐이었다.
이곳의 땅 한평값은 어림잡아 3백만∼5백만원. 결국 문제된 넓이의 땅값은 불과 10만원도 안되지만 양측이 그동안 쓴 감정료·변호사 선임료등 소송비용이 수백만원에 이르러 배보다 배꼽이 훨씬 더크게 된셈.
등을 진 두 집안은 서로『못할 짓을 하면 벌받는다』고 말하면서도 누구도 양보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소문이 나자 동네사람들도 저마다 『누가 옳다고 말하기 힘들다』고 안타까워하고 있다.<김용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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