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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지 않는 부동산 과열…대출총량제 앞당겨 연내 시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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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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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대출에 대한 심사가 깐깐해질 전망이다. 정부가 일종의 ‘대출 총량 관리제’인 총체적상환능력(DSR) 심사시스템의 도입 시기를 올해 안으로 앞당기기로 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5일 정례 기자간담회를 하고 “DSR 도입을 포함한 8·25 가계부채 대책을 최대한 조기에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8·25 대책이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기에 역부족이란 비판이 이어지는 데 따른 조치다.

주택대출 위주였던 DTI보다 엄격
신용대출 등 모든 대출 모아 심사
소득 대비 비율 따져 한도 줄여

DSR 심사시스템이란 모든 금융권 부채의 실제 상환 부담을 평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출을 신청하면 기존에 은행·저축은행·캐피털 등에서 받은 신용·담보대출의 연간 총 원리금(원금+이자) 상환금액이 얼마인지를 금융회사가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연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DSR)이 너무 크면 대출 한도를 줄이거나 금리를 높이는 식의 제한을 받을 수 있다.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위주로 평가하던 기존의 DTI(총부채상환비율)에 비해 더 엄격하고 정확한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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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대출 신청자가 보유한 금융회사별 대출 잔액 정보는 공유된다. 그러나 대출의 만기가 몇 개월인지, 금리는 몇 %인지는 알 길이 없었다. 신용정보원은 대출 만기와 금리, 상환 방식까지 감안해 개인별 실제 원리금 상환액이 얼마인지를 계산해 알려주는 시스템을 만드는 중이다. 신용정보원 관계자는 “애초 연내에 시스템을 구축하고 정보 검증을 거쳐 내년 중 서서히 적용할 계획이었는데 도입이 빨라지면서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올해 안에 DSR을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모두에 적용키로 했다. 이에 따라 여러 곳에서 돈을 빌린 사람이나 소득 증빙이 어려운 사람은 대출받기가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DSR은 규제비율이 아닌 참고 지표”라면서도 “DSR이 높은 차주는 지금보다 대출 한도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DTI 규제처럼 DSR이 몇% 이상이면 대출을 무조건 금지하는 건 아니지만 심사엔 활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임일섭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금융연구실장은 “각 은행은 DSR이 높은 차주에게 금리를 높여 부르는 식으로 리스크를 관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획일적인 규제에 익숙한 은행권 담당자들은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길 기대한다. 한 시중은행의 개인여신 담당자는 “DSR 제한 비율에 대한 실무 협의가 진행되지 않겠느냐”면서 “대출심사는 현재보다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다른 대책의 시행 시기도 앞당긴다. 중도금 대출에 대한 보증 건수는 10월 1일부터 최대 4건에서 2건으로 줄인다. 토지·상가 같은 비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 한도는 다음달 중으로 최대 15%포인트 낮춘다. 하지만 새로운 내용 없이 시기만 앞당겨서는 별 효과가 없을 거란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원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지금은 몽둥이가 필요한 상황인데 고작 회초리를 더 빨리 휘두른다고 해서 효과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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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정부의 계속된 경고에도 가계부채 증가를 부추기는 부동산 시장의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의 주택 매매가격은 7월보다 0.07% 상승했다. 올 들어 가장 큰 오름폭이다. 특히 8·25 가계부채 대책 이후인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23% 올라 연중 최고치였다(부동산114). 강남 재건축 단지가 이를 주도했다.

수도권의 분양 열기도 뜨겁다. 지난달 청약을 받은 서울 강남구 디에이치 아너힐즈(개포주공3단지 재건축)는 평균 100대 1로 올해 수도권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저금리로 마땅히 돈을 굴릴 데가 없어 집값 상승이 기대되는 곳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위례신도시와 하남 미사지구 등 수도권 일부 지역에선 입주 물량이 늘고 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 재건축·재개발 단지와 수도권 일부는 당분간 집값이 오르겠지만 공급 과잉 부담이 큰 수도권·지방 일부에선 매수세가 떨어질 것”이라며 “분양시장은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애란·황의영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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