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탐험 (18)] 북한은 왜 미사일을 일본으로 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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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5일 황해북도 황주 일대에서 노동미사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3발을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 해상으로 발사했다. 올 들어 16회. 대부분 일본 해상으로 떨어졌다. 북한은 왜 미사일을 일본으로 쏘았을까? 단순히 미사일을 쏠 곳이 동해상 밖에 없어서가 아니다. 북한은 자기들 방식대로 계산하고 미사일을 쏜 것이다.

북한은 일본과 대화를 하고 싶어한다. 미사일로 무슨 대화냐고 할지 모르지만 북한은 그 방법이면 일본이 대화에 응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금 대선에 빠져있는 미국, 사드에 매몰돼 있는 한국에 비해 일본은 대화상대로 적격이다. 북한은 전쟁배상금(100억~300억 달러)에 대한 논의를 천천히 하더라도 일본이 자체적인 제재만이라도 완화해 주길 바란다. 하지만 일본은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견고한 한·미·일 3각 동맹을 훼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도 이런 일본의 사정을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일본과 손을 잡으려고 하는 것은 내년 동북아에서 공백 기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는 내년에 과거 정책을 리뷰하고 새 정책을 준비하느라 동북아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 한국은 대선 정국으로 외부에 관심을 가지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내년은 일본이 동북아에서 큰소리를 칠 수 있는 기회다. 북한은 이를 사전에 간파하고 일본과 대화를 하고 싶은 것이다.

북한은 만약 개방을 본격적으로 할 경우 ‘최우선 고객’으로 일본을 생각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어릴 때부터 일본 문화의 매니아였다. 특히 일본 만화를 좋아했다고 한다. 이런 영향으로 일본에 대한 감정이 호의적이다. 어머니가 재일 교포 출신이라는 것도 한 몫을 한다. 김정은이 일본을 바라보면 다른 부분은 그대로 따라온다.

북한에 진출하려는 일본 사람이나 기업들도 북·일 관계에 ‘봄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북한의 지하자원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희토류, 금, 동, 마그네사이트 등 일본 경제에 필요한 자원이 북한에 풍부하게 매장돼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아시아의 맹주가 되고 싶다는 야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 최대의 적수로 떠오른 중국을 견제하려는 이유다. 일본은 북한에서 중국을 떼내려고 한다. 그래서 북한에 당근을 제시해 왔다. 하지만 북한은 섣불리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 의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북-중 관계를 보면 일본의 적절한 당근은 구미가 당길 수 있다.

김정은은 중국보다 미국을 더 선호한다. 중국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중국이 죽지 않을 정도로 북한을 지원하고 그래서 죽지 않고 살아 있기만을 바란다고 생각하고 있다. 김정은은 그런 중국이 너무 싫은 것이다. 그래서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고 싶어한다. 그 과정에서 일본은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북한은 이런 이유로 일본과 대화를 원하고 있다. 그 방법이 거칠고 위협적이지만 북한은 그런 방법 밖에 모른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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