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레터] Agree to disagree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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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존이(求同存異). 오늘 항저우에서 있었던 한중 정상회담 때 시진핑 주석이 쓴 표현입니다.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를 수용한 우리 정부에 대한 중국측 메시지입니다. 직역하면 공통점을 구하고 차이점을 놔둔다는 말입니다. 영어로 하자면 “Let's agree to disagree”쯤 될까요. 중국은 사드에 대해선 명확히 반대하지만, 그렇다고 한중관계의 판을 깨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구동화이(求同化異)로 응답했습니다. 서로 다른 입장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찾자는 뜻입니다. 시진핑도 동의했다 합니다. 국제관계는 일방적일 수 없습니다. 당사자끼리 절충점과 공약수를 확대시켜 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중 정상이 주고받은 한자성어엔 나름 긍정적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한중 정상회담이 끝난 지 2시간쯤 뒤 북한이 동해쪽으로 탄도미사일 3발을 쐈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올들어 18차례에 35발째입니다. 이날 사거리는 1000㎞정도였는데, 북한 황해북도에서 쏘면 G20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중국 항저우까지 닿았을 것이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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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北 미사일 1000km 비행후 日해상에"···G20 염두 시위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한진해운 사태에 대해 한 마디씩 했습니다. 법정관리 신청 이후 국내외 물류 라인에서 예상외의 혼란이 일고 있는 것을 의식한 듯합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한진그룹의 책임을 강조했고,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은 사기업의 계약 문제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논리적으로 다 맞는 말입니다. 근본적으론 부실을 키운 한진의 책임이 가장 큽니다. 물류대란도 선주와 화주 사이의 계약 이행에서 나타난 차질입니다. 그런데 구조조정의 컨트롤타워라는 분들이 그런 평론가적 발언을 할 때는 아닌 듯합니다. 사기업의 문제가 경제 전체에 어떤 파급효과를 미칠지 면밀하게 검토하고, 2선·3선의 대응책을 미리 마련하는 게 그들의 일입니다. 사태를 깔끔하게 분석 정리해주는 일은 나중에 해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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