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값은 떨어져도 전세 값은 오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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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주택경기가 없어 집 값은 떨어졌지만 전세 값은 턱없이 뛰고 있어 무주택 서민들의 부담은 더욱 무거워지고 있다.
최근 건설부가 파악한 집 값 동향에 따르면 지난 83년 12월말 시세를 기준으로 할 때 올5월말 현재 전국의 집 매매가격은 5·3%가 떨어졌으나 전세 값은 27·1%나 올랐다.
특히 서울지역만을 따로 놓고 보면 같은 기간 매매가격은 7·5%가 떨어졌으나 전세 값은 무려 38·2%나 뛰어올랐다.
또 지난해 말 시세를 기준으로 보더라도 올 들어 단 5달 사이 서울의 전세 값은 11·6%나 올라 갈수록 전세 값 오름세가 가속화하고 있음을 나타냈다.
이 같은 전세 값의 오름세는 같은 기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83년 말∼86년5월말 7·1%) 을 크게 앞지르는 것이어서 살림살이에서의 집 값 비중을 생각할 때 적어도 무주택 서민들에게는 최근의 물가안정이 무색한 것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이 같은 전세 값의 폭등 끝에 최근 서울강남 일부지역에서는 전세 값이 매매시세의 60∼70%쯤 되는 것이 보통이고 심한 경우 3천만원 시세의 아파트가 2천3백 만원에 전세가 나가는 등 전세 값이 매매가격의 80%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근본적으로 주택경기가 없다 보니까 높은 전세 값에도 불구하고 집을 사 두려는 사람이 거의 없는 데다 전세를 내는 사람들은 계약을 새로 할 때마다 전세 값을 올려 받고 있기 때문이다.
또 자녀들의 학군 때문에 자기 집이 있으면서도 전세를 구해 이사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도 전세수요를 부채질하는 큰 요인의 하나가 되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부동산중개인은『전세 값이 집 값의 70%에 가깝고 1년 뒤면 똑같은 평수의 아파트라도 전세 값을 더 올려 주어야 할 것이 뻔한데도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없으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며 『집도 주식과 마찬가지로 바닥일 때 사 두어야 하는 법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부동산경기에 불이 붙어 남들이 사면 너도나도 따라 사고 남들이 안 사면 또 덩달아 사지 않는 식이어서 집 값의 기복이 심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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