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리포트] 주택 장기대출 경기 살릴 '불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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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천정부지로 치솟던 아파트값이 진정세로 돌아섰고 활기 넘치던 신규 분양 시장도 풀이 죽었다. 일부 인기지역은 여전히 투자자들로 북적대지만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는 침체국면이다. 기세등등하던 투자열기가 삽시간에 한랭기류로 바뀌어 앞날이 걱정될 정도다. 찬바람 부는 내수경기를 감안하면 더욱 우울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가닥 기대를 걸 수 있는 것은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주택 장기대출(모기지론)제도다. 대출한도가 주택가격의 70%로 높은 데다 이자도 싸고 상환금 일부에 대해 세금공제 혜택도 주어져 내집 마련 수요자들로부터 환영받을 만한 상품이다.

정부 계산대로라면 월급 2백50만원인 직장인이 20년 동안 매월 68만원(상환금 세제혜택 감안한 이자 연 6.8% 기준) 정도만 부담하면 1억5천만원 짜리 25평형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다. 이 정도면 대부분의 무주택자는 지금 살고 있는 집의 전세금을 목돈으로 내집 마련이 가능하다.

사실 이번 장기 주택대출 상품이 처음 선보이는 것은 아니다. 선진국에서 일반화돼 있는 모기지론(Mortgage Loan)과는 좀 다르지만 국민은행은 35년짜리를 판매하고 있다. 국민주택기금에서 지원하는 내집마련 대출도 장기상품이지만 대출금이 얼마 안된다. 그러나 일반 장기대출상품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아 인기가 별로 없다. 금리도 변동금리여서 안심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장기간에 걸쳐 이자와 원금을 분할 상환하는 대출상품을 누가 싫어하겠는가. 이자가 싸고 대출 한도도 높은 데다 확정금리가 적용돼 금리가 올라도 걱정 안해도 되니 말이다. 금리가 떨어지면 3년마다 재계약할 수 있어 수요자들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만큼 주택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추진 중인 모기지론이 주택구매 수요를 대폭 늘려 침체 국면으로 빠져드는 주택경기를 살리는데 기여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바로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항간에서는 경기회복 국면과 맞물릴 경우 과열로 치달을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올 정도다. 이와 관련, 주택 구매수요 억제를 위해 대출 한도를 담보가격의 70%에서 50% 수준으로 낮췄던 정부가 다시 대출금액이 높은 상품을 내놓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그렇더라도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냉각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물론 외환위기 때 수많은 부양책을 쏟아냈다가 집값 폭등이란 더 큰 부작용을 낳은 점을 간과해서는 안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시장이 어느 정도 살아 있어야 경제가 돌아간다는 분위기다.

정부가 1가구 1주택자에게만 대출자격 부여, 채권금리 조정 등을 통해 주택수요를 조절하겠다 하니 과열현상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도 공급확대와 함께 장기대출 상품으로 해결 안되는 서민용 장기 임대주택 건설에도 신경을 써야 정부의 모기지론 제도가 제대로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

최영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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