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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해도 살 찌는 이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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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5호 24면

일러스트 강일구

진료실에서 중년 남성 환자들에게 어떤 운동을 하는지 물어보면 대개 “산에 간다”, “골프를 친다”고 대답한다. ‘사실이라면 저런 체중일 리 없는데’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환자도 많다. 중년 이상 여성들도 “수영을 한 지 15년인데 살은 절대 안 빠지네요”라는 말을 자주 한다.


두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운동을 많이 해서 근육량이 많아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 다시 말해 체중으로는 비만이지만 알고 보니 몸짱인 사람일 가능성이다. 비만을 진단할 때 흔히 사용하는 체질량지수 (BMI:체중을 미터로 환산한 키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 25를 기준으로 하면 비만에 해당이 되지만, 실제로 체지방은 많지 않고 근육량이 많아서 체중 자체가 많이 나가는 경우다. 그런데 이런 경우는 흔치 않다. 두 번째는 매일 꾸준히 하지 않는 주말용 운동인 경우거나 운동시간 외에는 활동량이 매우 적은 사람일 가능성이다. 주말 사교행사로 하는 운동인 경우 더욱 그러하다. 골프나 등산 모두 좋은 운동이다. 하지만 주말에만 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운동을 해서 소비하는 에너지보다 운동 후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에너지가 많다는 것이다. 또 평상시 활동량이 적은 것이 체중을 불리는 원인이 되는 경우가 흔하다. 등산로가 끝나는 곳, 그리고 골프장 인근에 즐비한 맛집들이 허리둘레를 늘리는 데 일조를 할 것이다. 수영장에서 강습이 끝나면 인근 카페에서 삼삼오오 모여 당분이 가득한 열량 높은 음료와 디저트를 먹으며 오랜 시간 앉아서 담소를 나누는 모습들 역시 체중계 바늘이 움직이지 않는 이유다. 애써 한 운동이 노력만큼의 결실을 보려면 비활동 시간을 줄이고 음식조절도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주말에는 친한 가족들끼리 캠핑을 자주 가요.” 아이가 왜 살이 안 빠지는지 모르겠다는 아이 엄마의 말이다. 그녀는 주중 학원일정 때문에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아 체중이 느는 것 같아 주말엔 아이를 데리고 야외활동을 많이 한다고 했다. 아이의 1주일간 식사일기를 보니 주말 여행 때 먹는 음식종류와 양이 주중과 많은 차이를 보였고 생활 패턴도 너무 달랐다. 여행 가면 밤늦게까지 야식을 즐겼다. 여행 기간 동안 식사일기를 보니 아침 겸 점심에는 라면과 햄, 저녁에는 고기 바비큐, 하루 종일 각종 간식과 인스턴트 식품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아이들이 야외에 나가서 뛰어 놀게 될 기회가 생긴 것은 정말 좋은 일이다. 하지만 평소보다 더 많이 움직인 탓에 허기가 진 아이는 여행가방 안에 잔뜩 준비된 간식거리나 맛있게 구워진 고기와 소시지 앞에서 자제력을 잃을 수 밖에 없다. 경쟁적으로 음식을 집어 먹으며 본인이 얼나마 먹고 있는지 의식하기 어렵다. ‘캠핑은 가족이 함께 밖에 나가서 고기 구워먹는 것’이란 생각이 아이 머리 속에 굳어지지 않게끔 야외 활동의 본 취지를 잘 살려야 한다. 여행을 준비하고 계획하는 단계부터 아이를 참여시키고 여행지에서도 음식준비·주변정리·신체활동을 함께 하는 것이 좋다.


박경희한림대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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